트럼프 2기 정부가 1월 20일 출범했다. 거의 같은 시기인 1월 19일, 지난 12월 이후 나라를 온통 혼란으로 몰고 간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었다. 윤석열의 죄목을 생각하면 헌법재판소는 늦어도 3월 이내에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인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5월이 가기 전에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한국에서 약 4개월의 시차를 두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것이다. 트럼프 1기 정부가 등장하던 2017년 1월에도 현재와 아주 흡사한 일이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12월에 탄핵되었고, 2017년 3월에 헌재가 탄핵을 결정했으며, 5월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아마도 트럼프는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등장과 한국의 탄핵사태 및 새로운 정부 등장이 너무나 유사해서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1기 때처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 대북정책의 진용도 이제 확정되었다. 트럼프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국무장관에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국방장관에는 피터 헤그세스 예비역 소령, 중앙정보국(CIA) 국장에는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명했다. 이들은 모두 ‘미국 우선주의자’이자 ‘대중강경론자’이고,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면서도 국제관계의 역학을 냉정히 읽는 ‘현실주의자’라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들 참모는 북한에 대해 오바마, 바이든 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을 비판하며 ‘현실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 직후 이전에 했던 발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 나도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고 하면서, “이제 그는 핵무기보유국(nuclear power)이고, 나는 그가 다시 (국제무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1월 14일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핵탄두 운방 미사일의 사거리 향상” 등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보고, 이에 대해 “북한 핵.미사일 무기고의 성장을 저지하는 것과 함께 특히 미국 본토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는 15일 진행된 청문회에서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대북 정책 등 관련해) 초당적인 실패”를 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는 것에 동의하면서, 그 동안의 제재가 김정은이 핵개발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들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자극하지 않고 남.북한, 일본, 궁극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우발적인 전쟁위험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1기에 추진된 트럼프.김정은의 정상회담이 큰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진정시키는 부분적 효과가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존 랫클리프 CIA국장은 2020년 국가정보국 국장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와 다른 정치.안보적 이득을 위해 핵.미사일 일부를 교환할 의사가 있을 수 있다”며 부분 비핵화와 제재 완화 교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적이 있다.

트럼프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이끌어갈 이들의 대북정책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는 환상이고, 더 이상 ‘전략적 인내’를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강정책에서 ‘한반도비핵화’를 제외했다.

둘째, 북한의 핵무장(보유)의 현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막고 우발적인 전쟁위험을 낮추기 위해 북한과 제재 완화, 미북 관계개선 등을 교환하는 대화와 협상을 추진할 것이다.

셋째, 한.미.일간의 외교안보협력을 강화할 것인데, 이는 단순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적, 거의 대등한 적”(마르코 루비오)인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고, 핵.미사일문제를 ‘스몰딜’로 풀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대중견제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한국의 신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우선 한국의 현 외교부와 국방부는 피트 헤그세스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과 관련해 “북한 비핵화는 한.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원칙”이라며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은 불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2기 외교안보진용의 정책방향을 염두에 둔다면 한국의 신정부는 그 동안 터부시해온 북한의 ‘핵보유문제’에 대해 전혀 새롭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정도의 정책현실 변화 속에서 우선, ‘북한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3일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핵동결이나 군축협상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 것처럼, 신정부는 ‘환상’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정책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동결하고 감축하는 ‘현실’적인 협상안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대응으로 발전한 한.미.일 안보협력이 대중견제를 위한 협력으로 본격 전환되는 시점에 이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미.일, 특히 미국이 중시하는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면서도 미국이 적으로 설정한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시키지 않는, 아주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내에 시진핑 주석과 만나겠다고 한 상황에서 한국 새정부는 대일관계의 개선만이 아니라 대중관계에 대한 방향성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셋째, 미.북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남북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제 한국의 새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2024년 1월에 공표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 공식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 내에서도 한반도 ‘1국가론’과 ‘2국가론’이 제기된 것을 염두에 둘 때, 새정부는 ‘남북관계 3.0’을 만든다는 각오로 대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배기찬/평화문명원 원장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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