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8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수상은 핵무장국 북한의 위협을 ‘국난(國難)’이라 정의하고, 그 돌파의 수단으로 일본 국회의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衆議院)의 해산을 선택하였다. 그의 정치적 모험은 10월 22일 실시한 선거에서 집권 연합 세력이 헌법개정 발의정족수인 3분의 2를 초과하는 의석을 획득한 것으로 귀결하였다. 중의원 총 465석 가운데 자민당이 얻은 284석 및 공명당이 얻은 29석을 합하면, 집권 연합 세력의 의석은 313석으로 점유율이 67 퍼센트를 넘어선다. 입헌민주당 55석, 희망의당 50석, 일본공산당 12석, 일본유신의회 11석, 사회민주당 2석 및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 21석 등 반대당 세력의 선거 결과에 비추어 보면, 집권 연합 세력의 ‘압승’이라는 표현을 대체할 단어를 찾기 어렵다.

일본의 정당체제에서 집권당과 반대당 사이의 견제와 균형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양당제의 기능이 크게 약화하고, 선거경쟁에서 집권당의 압도적인 우세가 공고화한 일당우위정당제가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2012년, 2014년, 그리고 2017년 중의원 선거 및 2013년과 2016년 일본 국회의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선거에서 내리 다섯 번의 승리를 거두었다. 자민당은, 내각구성권한을 독점한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의석을 세 차례 연속 확보하였고, 법률제정권을 공유한 참의원 선거에서도 공명당과 더불어 분점의회의 출현을 방지하여, 확고한 의회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성공하였다. 2012년 이후 집권을 다투어야 하는 제1야당의 의석 규모가 자민당의 그것과 견주어 5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만큼 일당우위정당제의 확립을 웅변하는 증거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등장한 일당우위정당제는 1955년부터 1993년까지 일본의 정치를 특징지은 일당우위정당제와는 정당체제의 이념적 배열이 크게 다르다. 과거의 일당우위정당제가 자민당과 사회당의 보혁(保革)대립에 기초를 둔 양극체제라고 한다면, 현재의 일당우위정당제는, 그 오른편에 희망의당과 일본유신의회가 위치하고, 그 왼편에 입헌민주당, 일본공산당 및 사회민주당이 위치하여, 자민당이 정책경쟁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는 콩도르세 승자(Condorcet winner)의 지위를 점유한 삼극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예를 들어, 이번 선거 당선자에게 헌법 개정의 찬반을 물은 아사히(朝日)신문사의 조사에서 82퍼센트가 찬성의사를 표명하였는데, 그 내역을 주요 정당 차원에서 보면, 일본유신의회 100퍼센트, 자민당 97퍼센트, 희망의당 89퍼센트, 공명당 86퍼센트, 그리고 입헌민주당 25퍼센트의 당선자가 각각 찬성의사를 밝힌 셈이다. 일본 정당체제의 이념적 배열이 헌법 개정에 우호적인 세력이 지배적인 형태로 짜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주의하여야 할 사실은 이번 선거에서 중의원을 장악한 헌법 개정에 우호적인 세력이 곧 헌법 9조의 개정에 적극적인 세력과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베 수상이 제안한, 군사력 보유를 금지한 9조 2항을 그대로 두고 자위대 합헌 조항을 9조에 명기한다는, 비교적 소극적인 개정안에 대해서조차, 아사히신문사의 조사 결과를 다시 보면, 당선자의 52퍼센트가 찬성, 29퍼센트가 반대, 19퍼센트가 어느 쪽도 아니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9조 개정에 찬성하는 세력은 국제관계에서 군사적 관여를 긍정하고, 미일동맹도 찬성하는 입장에서 군사력 행사를 저해하는 헌법의 개정을 주장한다. 9조 개정에 반대하는 세력은 국제관계에서 군사적 관여를 부정하고, 미일동맹에도 반대하는 입장에서 헌법이 추구하는 평화주의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세력은 국제관계에서 군사력이 수행하는 역할을 인정하고, 미일동맹에도 찬성하지만, 일본의 독자적 군사력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헌법이 발산하는 정치적 억제력을 기대한다. 우호 세력이 지배적이었던 헌법 개정의 경우와는 달리 찬성 세력과 반대 및 중간 세력이 길항(拮抗)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9조 개정의 경우라는 점에 주목을 요한다.

돌이켜 보자면, 안보를 미일동맹에 위임하고 경제에 국력을 경주(傾注)하였던 ‘요시다(吉田) 독트린’이 전후 일본 정치의 합의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적 군사력 행사의 효용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던 9조 개정 반대 및 중간 세력이 안정적인 국회 다수파였기 때문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9조 개정 찬성 세력이 다수파의 지위를 넘겨받았지만, 반대 및 중간 세력과 비교하여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9조 개정 중간 세력이 확실하게 9조 개정 찬성 세력으로 돌아서기 전까지, 일본 정치의 합의점을 독자적 군사력 행사에 소극적인 요시다 독트린으로부터 독자적 군사력 행사에 적극적인 아베 독트린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선거 압승이 9조 개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면, 일본이 전쟁가능한 국가로 나아간다는 우려는 정확하지 않다. 헌법 9조의 테두리 안에서 일본의 군사력 행사가 가능한 경우는 ‘안보법제’에서 규정한 ‘존립위기사태’, 즉, 밀접한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하여, 국가의 존립이 위태롭고, 국민의 생명, 자유 및 행복추구의 권리가 전복될 명백한 위험이 있는 사태에서 인정하는 자위대의 무력행사뿐이다. 아베 수상의 성공한 정치적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여전히 전쟁가능한 국가가 아닌 연유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 칼럼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제공합니다.

김정  jungkim70@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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