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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벽에 막힌 사드 배치, 출구는 있는가?

한국과 중국 정상이 5일 중국 항저우에서 만났다. 국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 갖는 정상회담인 만큼 사드 향방, 나아가 한반도 위기의 해법을 위한 중요한 타이밍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의 일관된 ‘사드 배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조건부 사드 배치’를 꺼내들었지만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꺽진 못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 문제의 처리가 좋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 당사국간의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중 정상회담을 지켜본 국내 언론의 입장은 갈렸다. 북핵 개발은 손놓고 있으면서 북핵에 대응해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남한은 거듭 반대하는 중국을 향한 비판, 그리고 사드 외교가 실패한 만큼 대화·협상 등 다른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 등이다. ‘대중(對中) 외교’의 실패라는 비판도 나온다. 6일자 조간신문 사설을 훑어봤다.

중국의 거듭된 사드 반대...사드 외교의 실패? 중국의 태도 문제?
<동아일보>는 “사드 배치 ‘韓美中전략대화’ 해볼 만하다” 제목의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중국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만큼 대중(對中) 외교에 공을 들였지만 결국 실패했다”면서 “중국과 구존동이(求存同異)의 외교 관계를 추구하되 생존 차원의 사드 배치까지 양해를 구할 이유는 없다. 중국이 한국의 존망에는 관심 없이 미국 패권에 도전한 상황에서 우리가 믿을 것은 한미동맹뿐”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시 주석의 사드 배치 반대 결과에 대해 “3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못박은 것에 비추어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며 “북 핵·미사일 개발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안보 현안이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한·미의 설명과 북한의 도발은 애써 무시하면서 사드 배치만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고 중국의 ‘의도’를 언급했다(북핵 눈감고 ‘사드 반대’ 고집하는 건 중국 이익 해치는 것). 그러면서 신문은 “북핵이 없으면 사드도 필요 없다”며 “중국이 이런 상식을 무시하고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대놓고 전략적 안보이익 운운하는 것은 행패나 다름없다. G2(주요 2개국)다운 위상을 세우려면 사드 배치에 대한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중국의 태도를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시 주석의 “부정적 요인 통제” “핵심이익 존중” 등의 표현을 언급하며 “시 주석이 사드를 ‘방어적·자위적 조치’가 아닌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도구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한국을 한미일 3각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로 본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한국을 압박해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흔들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사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거듭 확인한 한중 정상회담). 사드 배치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는 우리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과 함께.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서호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참석,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일보>는 “시 주석은 사드가 왜 한반도에 배치될 수밖에 없는지 그 근원(根源)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오로지 미국의 패권주의로만 접근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한국 정부가 수도 없이 밝혔듯 사드는 방어용이 맞다”고 ‘항변’했다(시 주석의 사드 배치 반대 이유 타당하지 않다). 그러면서 신문은 같은 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와 중국인이 느끼는 위협과 한국 정부와 한국인이 체감하는 공포는 같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수호,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중국의 3대 한반도 원칙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한겨레>는 “두 나라(한·중)의 기존 입장 차이에 더해 사드 문제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도, 대화 재개를 통한 핵 문제 해결 노력도 진전되기 어렵다. 오히려 사드 문제가 핵 문제보다 더 부각되는 양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사드 해법’ 시급성 보여준 한-중 정상회담).

한편 <경향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조건부 사드 배치론’도 거론했지만 시 주석을 설득하지 못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려던 한국 정부의 시도가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한·중 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상호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만을 정상간에 직접 확인함에 따라 앞으로 양국관계의 냉각과 동북아 정세 악화가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놨다(사드 갈등 해소에 실패한 한·중 정상회담).

<중앙일보>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측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진행해 온 그간의 설득 노력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뜻이다. 사드가 한·중 관계에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사드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한·중 관계를 관리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한·중 사드 갈등 넘어서야).

<조선일보>는 “한·중 관계에서 사드는 한 부분일 뿐”이라며 “두 나라가 교류의 양과 질을 늘려 양국이 한두 가지 문제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 무거운 관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한·중 사드 갈등보다 우리 내부가 심각하다). 사드 문제로 갈등을 빚을 게 아니라 경제 협력 등 민간 교류를 통해 군사·안보 문제까지 협력관계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런데 이번 사드 갈등의 과정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한·중 관계가 아니라 국내에 있었다”고 방향을 중국이 아닌 국내로 틀었다. 신문은 “국내 일각에서는 사드를 배치하면 한·중 관계가 당장 파탄에 이를 듯이 주장해왔다”면서 “마치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보 문제에서조차 눈앞의 위기를 보지 않고 '내 편, 네 편'만 가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게 우리 현실”이라는 ‘한탄’도 덧붙였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제재 등을 우려하고 있는 마당에 국내 일각의 반대를 ‘심각한 문제’로 언급한 것은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사드 난국’, 출구는 있을까?
그렇다면 중국 벽에 가로막힌 사드 배치의 출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중국과의 소통과 대화를 꼽는 언론이 많았다. 하지만 원론 수준이다. 그만큼 한·중·일 3국이 기존 입장을 견지하는 한 사드 해법의 묘수 찾기는 난망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한·중’간 및 ‘한·미·중’간 소통을 언급한 박 대통령의 제안을 언급하며 사설 제목 그대로 ‘韓美中 전략대화’를 거론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국민일보>는 “한·미·중은 사드를 둘러싸고 더 이상 갈등과 반목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에 정상들이 만났으니 앞으로도 각종 대화 채널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한중 관계를 봐서라도 ‘사드 소통’을 계속 시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자주적이고도 창의적인 외교가 더욱 절실해졌다”고 했다(中, 사드 반대하기 전 북핵 문제부터 해결해야). <매일경제>도 “사드 배치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거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한다는 큰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중이 인내심을 갖고 진솔한 소통과 설득 노력을 계속하면서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거들었다(사드문제에 꿈쩍않는 중국 인내심 갖고 계속 설득을).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약간 결이 다르다. 아예 사드 배치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사드 배치가 북핵에 대한 대응으로 나온 것인 만큼 북핵에 대한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겨레>는 “사드 배치 결정 자체가 동북아 갈등을 심화시키고 핵 문제 해결 노력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음을 인정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늬앙스다.

<경향신문>은 “한국으로서는 사드를 포함한 북핵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의 반대로 직면한 사드 정국의 국면 전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은 물론 공동발표문도 내지 않았다. 사드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 긴밀했던 양국관계를 비교하지 않더라도 걱정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양국관계의 후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중국과 북핵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한·미간 이견이 대화로 좁혀질 수 있을까. 이참에 북핵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국민 대토론회를 열면 어떨까. 진보-보수, 여야,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성주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툭 까놓고 북핵 위협의 실상과 해법을 얘기하는 것이다. 거기서 나온 중론을 따라 사드 배치를 해야 한다고 하면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밀어붙이는 것이고, 일각에서 주장하듯 남한의 핵무장을 선호하면 그대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다. 반대로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의 목소리가 높으면 사드 배치·핵무장 추진은 내려놓고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국내외의 반발로 사면초가에 내몰린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효과적으로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따지고 보면 사드 배치 결정을 강행한 정부 입지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흔들리는 것은 사드 배치 논의 절차를 생략했기 때문 아닌가.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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