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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한나라은혜교회’ 전경. 사진에 보이는 외벽과 주변은 원래 온갖 스프레이 스케치 낙서와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현재는 할렐루야교회 청년들의 벽 정화 작업과 꽃과 화분의 설치로 얼추 산뜻해졌다. ⓒ할렐루야교회 | ||
혼돈의 한반도다. 남북이 분단되어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화해와 긴장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그 줄타기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북한의 연평도, 천안함, 금강산, 5차 핵실험, 목함 지뢰 등의 여러 도발과 남한의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문제로 다시 남북관계는 급격한 긴장 상태로 돌입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은 정치적 힘겨루기로 대립중이고 남한 내에서도 사드 배치를 놓고 보수와 진보가 격렬하게 대립 중이다. 도무지 통일의 길은 보이지 않고 어둡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며 통일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탈북민과 친구의 마음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탈북민 출신의 김성근 목사와 조선족 최금희 사모도 그 중에 속한다. 두 사람은 올해 7월 중순에 서울시 노원구에 탈북민을 위한 교회를 개척했다. 이들은 통일을 위한 교회 개척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마침 한나라은혜교회에 할렐루야교회 청년들이 여름 국내단기선교로 방문하여 교회 개척에 필요한 일들을 돕고 있었고 그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목사님 부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노원구의 교회를 찾았다.
인터뷰는 지난 8월 13일 주일예배 후 교회 지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노방 전도를 통한 탈북민 교회 개척, 교회의 장기적 계획, 허문영 장로와의 인연, 가정, 탈북민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주제들을 가지고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인터뷰의 결론부터 언급하면 김성근 목사는 통일을 앞당기는 방법으로 남북한의 사람들이 서로 친구가 되는 것을 제시한다. 여러 강의나 세미나로 북한과 통일에 대해 배우는 것도 좋지만 먼저 커피나 한잔 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귐을 갖는 것이 서로가 하나 되는 것, 그것이 즉 통일을 살아가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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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근 목사(왼쪽)와 최금희 사무(오른쪽) ⓒ할렐루아교회 | ||
다음은 김성근 목사와 최금희 사모와의 일문일답이다.
Q. 엊그제와 어제 불볕더위에도 청년들과 노방 전도를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전도지를 나눈 후 아파트 주민 반응은 어떻던가요?
김성근 목사: 처음에는 “교회가 또 들어오는구나!”라며 다들 못마땅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또한, 양지 대림아파트는 현관문을 열었던 세대가 많지 않아 거의 전도치를 붙이기만 해서, 많이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을 뵐 때마다 “탈북민 교회입니다”라고 소개하며 인사드렸습니다. 얼마 후 한 명의 주민이 교회로 내려왔습니다(한나라은혜교회는 지하 1층에 위치).
그 주민은 감사하게도 탈북민을 향해 마음이 있어서 반갑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주민은 다른 교회 권사님이었는데 신앙과 탈북민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마을 주민들이 저를 다 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소 닭 보듯 봤지만 이제 다들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저분들은 북한에서 온 분들이고 저 교회는 탈북민이 세운 교회다”라는 인식이 있어, 적대감이 확 사라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Q. 처음 교회를 개척했을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최금희 사모: 텃세가 좀 심했습니다. 쓰레기도 못 버리게 하고, 단지에 주차했다면 시비 걸고 그랬습니다. 심지어 주차했다고 경찰한테 신고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탈북민 교회라는 사실이 알려지니 어느 정도 텃세가 약해졋다는 느낌이 듭니다.
Q. 전도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탈북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김성근 목사: 처음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심각한 분위기로 기도를 하고 나갔지만 뜻밖에 어려운 상황은 없었습니다. 무덤덤하거나 친절하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공격적이고 저항적이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탈북민들은 대체로 반응이 좋아 자기들을 위해 만든 교회라 하니, 동질감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어떤 탈북민은 식사하다가 저희의 스토리를 듣고 전도지에 관심을 가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Q. 사실 탈북민인 목사가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흔한 스토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성근 목사: 탈북민 목사가 교회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처음엔 무시당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관심들을 많이 가져주었습니다. 막연한 희망을 품었다면 이제는 살아있는 희망을 느껴서 적극적으로 복음을 알리면 되겠다는 결심이 굳어졌습니다.
Q. 어제 목사님이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 강의하면서 탈북민들이 남한교회로 들어가기가 힘든 이유를 나누셨습니다. 탈북민들이 목사님과 같은 탈북민이 세운 교회로 정착을 하며 교제하면, 남한교회와 자연스럽게 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요즘도 탈북하는 분들이 많나요? 그리고 탈북경로가 예전에 비해 다양한 변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금희 사모: 요즘 탈북하는 사람들 중엔 주변(하위) 계층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전에 탈북 하던 루트들은 많이 막혔고, 넘어오는 과정에서 대부분 1,200만 원에 달하는 탈북 브로커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 브로커 비용을 북한에서 마련해서 나오는 사람은 주변 계층이 아닌 기득권층이거나 남한에서 탈북 브로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가족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북 루트 중에 이전에 많이 사용하던 통로들 대신, 최근은 북한에서 노동자로 파견된 사람들이 대한민국 영사관으로 들어가며 탈북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엘리트층의 탈북이 많습니다. 과학기술, 영어, 경영 등 기술을 배워도 북한 내에서는 창업을 하거나 제품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에 회의감을 느낀 사람들이 남한으로 넘어오는 것 같습니다. 또한 중국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들이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문화를 갈망해서 탈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Q. 교회개척에는 여러 단계가 있겠지만, 전도지 사역이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전도지 사역 외에 생각해두신 장기적인 사역 계획이 있습니까?
김성근 목사: 탈북민들이 아이를 출산하면 정부에서 생계비가 나오기 때문에 노원구에는 탈북인 자녀들이 많습니다. 아이를 많이 출산할수록 생계비 양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탈북민들이 아이들을 두세 명씩 출산하는 겁니다. 주거지는 정부에서 나오고 생계비는 아이의 출산으로 해결해서 살아갑니다. 문제는 14~15년 후 이 아이들이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진입한 시기부터 시작됩니다.탈북민 가정들이 아이들은 많은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원을 못 보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탈북민 자녀들에게 학업공간을 제공하고 공부를 가르쳐서, 탈북민의 삶과 함께하는 계획을 세우고자 노원구에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Q. 탈북민 교회에 방과 후 학업 프로그램에 흥미가 갑니다. 여기에 대해서 더 말씀해주세요.
김성근 목사: 특징이 있다면 탈북민을 학업교사로 세우는 겁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탈북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탈북민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양육된 탈북민 선생들이 그 자녀들에게 공부를 가르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실행되려면 재정이 많이 듭니다. 일단 사례비를 줘야 하고 그외 부가적인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탈북민 선생과 아이들 모두 전도를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한, 탈북민들이 대체로 교육열이 높아 교육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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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은혜교회에 단기선교로 참여한 할렐루야교회 청년이 인근 아파트를 방문하며 전도를 하고 있다. ⓒ할렐루야교회 | ||
Q. 사실 할렐루야교회 젊은이공동체가 여름 단기선교지를 찾고 있을 때, 허문영 장로님(평화한국 대표)이 한나라은혜교회를 소개해주셨습니다. 허 장로님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최금희 사모: 저는 원래 신앙이 있었습니다. 중국 고향 마을에 길선주 목사님께서 세우신 교회가 있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그 교회를 다니며 신앙을 가졌습니다. 그러던 도중 중국 내에는 기독교 정신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중국 교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중국에서 교사자격증을 따게 되었습니다. 그후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면서 총신대학교로 진학하며 진로의 방향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처음 한국으로 왔을 때, 허문영 장로님께서 혼자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알고 영적인 아버지처럼 많이 챙겨주셨습니다. 추석 때 장로님 댁에 방문한 적도 있었고 그렇게 관계를 이어갔지만 25살에 조금은 이른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았고, 또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죄송스럽게도 잠시 연락하지 못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남편 목사님이 대학교를 다니는 과정 가운데 강의를 해 주시는 분들의 명단 가운데 허문영 장로님이 계신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을 안 남편의 친구가 허 장로님께 웃으며 “목사님, 이 친구의 아내가 장로님과 아는 사이인 최 자매입니다”라고 웃으며 말하자 장로님은 “연락이 없길래 중국으로 돌아간 줄 알았더니, 이렇게 좋은 가정을 꾸리고 있었구나!”라며 몹시 놀라시면서도 많이 기뻐하셨습니다.
Q. 여기 오기 전, 흥미로웠던 관심사항은 목사님은 북한에서 내려왔고 사모님은 중국 연변에서 왔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목사님과 사모님의 이런 조합은 흔히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성근 목사: 맞습니다.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Q. 목사님이 먼저 탈북하신 뒤에 사모님을 만났나요?
김성근 목사: 그렇습니다. 탈북해서 한국에 와서 만났습니다. 아내는 총신대학교에서 유학했었고 저는 탈북을 한 상황이었는데 아내가 대학 다닐 때 만났습니다. 그래서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Q. 만났을 때 서로 출신지를 안 상태에서 만나셨나요?
김성근 목사: 네. 서로 알았던 상태였습니다. ‘조선족이면 어때?’라는 마음으로 출신지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성공했죠.(웃음)
Q. 두 분이 결혼하시고 어느 지역에서 사역을 시작하셨나요?
최금희 사모: 보통은 탈북민 출신 목회자가 사역을 시작할 때 자신이 사는 지역의 주변에서 사역을 합니다. 하지만 처음 가정을 꾸린 곳은 김포였고, 사역지는 양천구였습니다. 그래서 사역하는 과정에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Q. 예전에 비해 한국인의 탈북민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낯선 이방인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목사님께서는 한국 사람들이 가진 탈북민들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보십니까?
김성근 목사: 여러분들(남한 사람들)이 얼마나 큰 풍요나 자유로움을 느끼는지 체감이 안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들 하고 같이 교제하게 되면 ‘우리가 누리는 것이 작은 것이 아니구나. 탈북민들이 뜻밖에 내면에서 벗어남을 보면서 모든 부분이 낙후되지 않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언어와 혈통이 같지만, 정신세계가 달라도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탈북민은 남한 사람들에게 삶의 귀감이 되며 배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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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한 사람들이 친구가 되어 한자리에 모여 웃고 떠드는 원코리아의 모습이 하루빨리 올 것을 기도하며 기대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할렐루야교회 | ||
Q. 마지막으로 탈북민들과 함께 통일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성근 목사: 우선 탈북민들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져서 친구가 되는 것이 진짜 북한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탈북민들은 한국에 와서 10년을 살았는데 한국 친구가 없습니다. 10년 사는데 한국 사람 하고 친구가 없는 것이 놀랍죠? 한국 친구가 있는 사람은 정착하고, 없는 사람들은 외국으로 나갑니다. 10년을 남한에 사는데 물 위에 있는 기름처럼 혼자 생활합니다. 그래서 탈북민들은 더욱 고립됩니다. 제가 아는 탈북민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는데 이 공장 저 공장 옮기기에 한 달에 한 번씩 직장이 바뀝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 사람들끼리만 친구를 맺기 때문에 외국인 이주 노동자 하고 별다를 것이 없어서 조금 더 좋은 노동 환경 조건이 있으면 외국으로 나갑니다.
한국 교회는 북한에 관한 예배와 세미나 프로그램 등등, 다 좋지만, 탈북민들 하고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며 그들의 이야기를 허물없이 듣고 나누었으며 좋겠습니다. 탈북자들과 삶을 함께 나누고 친구가 되는 것이 통일을 위해 나아가는 길입니다. (끝)
취재: 이주경/ 할렐루야교회 청년
편집: 김재욱/ 할렐루야교회 청년
이주경 기자 zelot206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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