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분당 할렐루야교회 젊은이 공동체 ‘원하트’가 국내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강원도 고성의 탈북민 청년 농장, 서울 노원의 탈북민교회, 미디어 세 영역으로 나누어 북한·통일선교 현장을 직접 찾아가 지속적인 선교를 이어가겠다는 취지에서다. 미디어 팀 멤버들이 기자가 되어 이들 현장을 누비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보내왔다. 여러 차례에 걸쳐 이들의 취재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김다니엘. 성경속의 다니엘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았듯 그녀는 이미 하나님의 눈으로 통일을 보고 살아가고 있는 청년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몇 년 전 교회에서 있었던 선교훈련 프로그램 HM-DTS를 마쳤다. 조중접경지역도 다녀왔고, 지난해 12월부터는 교회 내의 자발적 기도 모임인 북한기도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통일선교아카데미에도 참석해 통일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지식도 쌓았다. 직장 때문에 도무지 갈 수 없었던 여행이었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선교를 택했다. 지난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분당 할렐루야교회가 실시한 젊은이 공동체 ‘원하트’(27~34세 청년그룹)의 단기선교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휴가를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런 그녀에게 과연 통일은 어떤 의미일까?

그녀의 마음이 노원구의 한나라교회로 향한 이유
단기선교 공고문이 교회에 처음 떴을 무렵,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나라은혜교회 소식을 접하고 그녀는 꼭 그곳에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곳의 조금은 특별한 사역자들 때문이다. 목사님은 북향민(탈북민)이시고 사모님은 조선족이신데, 총신대학교 신학과정에서 만나 가정을 이루고 지금까지 북향민을 향한 사역을 멈추지 않고 해오고 계셨던 것이다. 목사님께서는 그동안 다른 교회의 부목사님으로 사역하셨지만, 이번에 북향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노원구에 북향민들을 위한 교회를 개척하셨다고 한다. 북향민과 조선족, 쉽게 볼 수 있는 조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군다나 북향민이 북향민을 위해 교회를 개척했다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휴가 대신 이번 단기선교를 택한 이유다.

▲ 서울 노원구 한나라은혜교회 단기선교에 참여한 할렐루아교회 김다니엘 자매(왼쪽)가 김수영 청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주경

그녀를 비롯해 이번 할렐루야교회 원하트 단기선교팀이 사용한 전도 방식은 무척 고전적이었다. 전도지를 직접 제작해서 아파트 문에 붙이고, 문이 열려 있는 곳에는 노크를 해서 교회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도를 했다. 노원구에는 약 3000여명의 북향민들이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아예 아파트 전체를 방문하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틀 동안 아파트 10동 정도를 돌았다. 팔월 중순, 무더운 날씨에 땀은 비 오듯 흘렀지만 하나님이 찾으시는 한 영혼을 생각하며 멈추지 않고 전도를 했다. 방충망 사이로 얼핏 보이는 얼굴에서 평탄하지 않았던 그들의 삶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그러던 도중 지난 통일비전아카데미에서 허문영 박사님(평화한국 대표)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닌 실천할 때다.” 그랬다. 스스로 움직이기만 하면,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먼저 온 미래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 주민들은 가까운 내 가족이자, 내 친구이자, 내 이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무더위도, 힘듦도 어느덧 잊혀지고 말았다.

“이번 선교를 통해서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도 느꼈어요. 청년의 때에 도구로 사용해 달라는 기도를 많이 했는데, 실제적으로 도구로 쓰임 받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가 얼마나 말은 앞서고 행동은 뒷전인지
선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속한 그룹에서는 유니시드의 엄에스더 자매를 초청해서 그녀의 간증과 이야기를 들었다. 엄에스더 자매는 탈북 이후 북향민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대학생 봉사단체 유니시드의 대표이다. 그녀는 한 달에 한번 도시락을 나눠주며 노숙자들을 섬기고 있다. 북향민으로서 남한 사람들의 아픔을 만지고 노숙인들을 돕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북향민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것을 느꼈고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소유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저 쥐고 있으려고 하는데, 적은 것을 가지고서도 나누려고 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가 얼마나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또 얼마나 말이 앞서고 행동은 뒷전인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 북향민이신 한나라은혜교회 담임목사를 위해 할렐루야교회 청년들이 기도를 해주고 있다. ⓒ이주경

또한 북향민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전도지를 생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문을 두드리고 말을 거는 액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징적으로 우리가 전도지를 가지고 그들의 문을 두드렸던 것처럼 그들의 마음의 문도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북향민들에게는 깊은 아픔과 외로움이 있지만 그들이 그 아픔을 풀어놓을 통로가 참 적다고 한다. 북한에 거주하면서 오랫동안 받지 못했던 상담 치료나 가치관 공부를 받을 수 있도록 그 통로를 찾아주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극심한 경쟁사회이다. 그리고 그 우리 사회는 경쟁의 잣대를 북향민에게도 마구 들이댄다. 북향민들에게 일방적인 적응을 강요하고 적응하지 못했을 때는 다그치고 한심하게 보는 게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한 개인의 상처와 마음을 무시한 채 단지 행동만을 교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상한 마음을 알아주고 싸매주는 것인데도 그 과정을 생략하고 남한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는 북향민들을 낙오자 취급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녀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몇달 째 북한기도모임에 출석하고 있는데, 이 모임에서 북향민과 남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영성수련회를 한 적이 있어요. 이 수련회에서 북향민들과 남한 친구들이 함께 내적인 치유를 경험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정말 좋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북향민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교제도 하고 있는데, 남한 친구들하고 만나는 거랑 별로 다를 것이 없어요. 단지 우리가 어렵게 느낄 뿐이에요 우리가 마음을 조금만 더 쓰고, 시간을 더 쓰면 생각보다 쉽게 북향민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요. 그냥 호기심어린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교제하며 진짜 친구가 되고, 남한 친구들하고 놀듯이 그냥 재미있게, 즐겁게 삶을 공유하고 함께 ‘노는’ 거예요. 제 북향민 친구들이 가장 원하는 것도 바로 그런 거구요.”

북향민을 만나다
북한 기도 모임에 출석하시는 집사님, 권사님들께서 청년을 보내달라는 오랜 기도 끝에 몇 명의 북향민 청년들이 마음을 열고 그녀가 출석하는 모임에 찾아왔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진실한 기도의 역사였다. 이처럼 우리 교회 내에도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많다.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일주일에 한번 평일 점심에 도시락을 싸서 북향민 가정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연결된 북향민 가정이 약 60가정이나 된다. 다니엘 자매는 특별히 이 가정 중에서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젊은 부부들을 청년들이 방문하고 친구가 된다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가 단기선교를 통해서 품게 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디어라든지 강의 같은 것을 통해 계속 공부하고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일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럴 때에야 통일을 향한 스스로의 마음도 더 깊고 넓어지는 것이구요. 저 같은 경우는 원래 북한과 통일에 대한 마음이 조금 있었어요. 하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몰랐죠. 그러다가 조중접경지역 비전트립을 통해 처음 이 방향성을 찾은 것 같아요. 그후로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그가 하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그를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을 생각했고 기도했어요. 그런 노력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저는 세상 친구들과도 북한에 대한 이슈에 대해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제가 다니는 회사 사람들이나 세상사람들이 잘 모르면서도 쉽게 북한을 비하하고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잘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서 자주 이야기해주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말들을 해 주면 처음에는 좀 불편해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반복적으로 진실된 이야기를 해 주었을 때, 점차 주변사람들의 반응이 바뀌는 것을 느꼈어요. 또 나도 사람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구요.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견고한 성이 되는 것 같아요.”

▲ 방문 전도에 앞서 할렐루야교회 청년들이 나눔을 하고 있다. ⓒ이주경

통일은 함께 살아가는 것
친구가 되어서 마음을 열고 함께 살아가는 것. 통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서로 포기하지 않는 친구, 아픔을 들어주고 기쁨은 나누는 그런 친구가 되는 것이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되고, 우리 교회와 다른 교회가 하나가 되며, 이 단체와 저 단체가 하나가 된다면 민족과 민족이 하나가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말처럼 이제 우리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자. 서로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사랑하자. 서로의 삶에 들어가기를 망설이지 말자. 그것이야 말로 오늘 우리가 통일을 살아내는 첫 걸음이지 않을까.

“새 계명을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김수영/ 할렐루야교회 청년

김수영 기자  danisep@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