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금융산업의 발전이 글로벌 투자은행에 의해 주도되는 양상이 전개되면서 국내에서도 투자은행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졌다. 이에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메가뱅크 논의를 비롯해 산업은행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 시도까지 투자은행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시스템 안정 저하와 모럴 헤저드 문제 등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의 부정적인 영향이 부각되며 규제강화의 기조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투자은행 활성화의 필요성은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국내 투자은행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목표와 한계를 명확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필요한 역할과 상품의 개발을 추구하는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금융시장에서 투자은행(IB)의 관련 논의
투자은행이란 기업상장, 채권 및 주식 발행, M&A 중개, 기업구조조정 및 자기자본을 이용한 직접투자까지 기업 고객의 가치를 평가하고 자본시장과 연결시키는 금융업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전문성, 수익성과 외형, 영향력 측면에서 다른 분야의 전문 금융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 국내 증권사들은 단순 브로커리지 업무나 채권거래를 통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기에 위험을 수반하는 투자은행 업무를 수행할 유인이 낮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국내 증권사들은 위탁매매의 수익성 저하와 숙련된 인력‧평판을 가진 글로벌 IB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실제 2000년 이후 글로벌 금융산업의 발전이 대형 투자은행에 의해 주도되면서 국내에서도 투자은행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졌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는 금융허브 전략을 수립하면서 투자은행 활성화를 하나의 과제로 설정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합한 메가뱅크의 설립계획을 수립하였다. 메가뱅크는 기본적으로 거대 상업은행을 의미하지만, 당시 메가뱅크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투자은행 업무까지 수행하는 기관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투자은행 활성화 정책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메가뱅크 찬성론자들은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 실현이 메가뱅크의 장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가운데, 소매‧기업‧국제 금융 등 상호 관련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공급하는 범위의 경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은행의 대형화가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를 증대시키고, 대마불사로 인해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로 연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국내 투자은행 활성화 전략과 경험
상업은행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메가뱅크 논의와 별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국내 투자은행 활성화와 관련된 많은 제도개선과 논의가 있었다. 대표적인 국내 투자은행 활성화 정책이 자본시장법 제정이다. 기존의 증권, 선물, 자산운용, 신탁, 종금 등 업권별로 나눠졌던 금융투자업 관련법을 하나의 법률로 통합하고, 포괄주의·겸영주의·투자자 보호를 통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업에 혁신을 유도하고자 하는 취지로 자본시장법이 제정되었다.

제도적 개선과 별개로 국내 금융회사의 글로벌 IB로의 발전 전략 중 하나로 산업은행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 시도를 언급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산업은행은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추어 당시 세계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 브러더스의 인수를 추진하였다. 이는 리먼 브러더스의 인수를 통해 글로벌 IB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배경에 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었다. 금융의 국제화·대형화, 국제적인 투자은행 설립 등을 위해 추진되었던 각종 금융규제 완화 정책들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중지 혹은 강화됐으며, 위험관리를 강조하는 흐름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도 투자은행의 본질인 위험 부담 업무를 기피하는 분위기로 급변하였다. 특히 산업은행의 리먼 브러더스의 인수 시도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많은 논란을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대표적인 투자은행 사례, 그리고 이들이 주는 교훈
대표적인 투자은행들은 각각 특정업무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화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나타나는 이들의 발전과정에는 특징적인 면을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대다수 글로벌 IB들은 자기자본 거래로 수익을 창출하는 트레이딩 업무에 치중했다. 전업 IB의 전체 수익 중 트레이딩 수익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골드만삭스는 수익의 대부분을 트레이딩 부문에서 창출했다. 이는 감독당국의 입장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 감독당국은 자유로운 규제환경이 금융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인식하에 금융규제를 최소화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완화된 금융규제는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특히 리스크 관리 노력이 부족했던 IB들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되고, 수익 악화로 인해 파산 또는 은행지주회사로의 전환 등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리고 대형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자기자본거래가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회사들의 자기자본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강화된 금융규제 개혁법이 제정되었다.

최근 글로벌 IB들은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관리 시스템이 갖춰진 상업은행과 기업 솔루션에 특화된 투자은행을 결합한 CIB 형태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자본력을 바탕으로 금융 토탈 솔루션 제공자로 역량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수신을 기반으로 하는 은행지주사 형태로 변모하였고, 상업은행인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메릴린치를 인수해 금융서비스의 다양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를 통한 글로벌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를 확보했다. 즉, 투자은행의 사업모델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과 규제강화로 인해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투자은행 업무의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제언
국내의 상황은 아직 열악하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은 독립된 자회사로 은행과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은행과 증권의 양자간 시너지를 극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에도 글로벌 투자은행은 고사하고 국내 투자은행 업무도 완전히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소위 재벌이 지배하는 산업계열의 증권사도 실질적으로 위험 감수가 필요한 투자은행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자본금 3억원 이상의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업자로 구분하여 다양한 업무를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과가 미약하다.

그러나 과거 금융산업의 발전과 기업 생태계의 발전이 투자은행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필요성이 완전히 부정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상황에 맞는 투자은행 발전전략을 세우는 것은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은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투자은행의 핵심 자원인 인재 확보의 측면에서 해외 사례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골드만삭스는 ‘인재 확보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인수합병이 아닌 자체성장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성장한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JP 모건은 인수합병전략을 통해 필요 인재와 역량을 확보하며 시장의 지배자로 성장했다. 일본의 노무라 증권은 리먼 브라더스의 아시아·태평양 법인 등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전략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IB로 성장하고 있다.

숙련된 인력의 확보 이외에도 시장에 특화된 상품의 개발과 네트워크의 확보, 그리고 리스크관리를 통한 고수익 기회 창출이 투자은행 성장에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경쟁력은 장기적인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자본력 및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투자은행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에 맞는 발전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IB를 벤치마킹하여 이를 추종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반을 쌓는 성장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김영도는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 연구실 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경영학 재무론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고에서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전문분야는 국내 금융 시장 내 경제적 및 제도적 이슈 등이다. 또한 그는 정부와 금융계에서 자본 및 자금 시장과 관련된 각종 프로젝트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고, 현재 KRX와 신한금융투자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금융 시장과 상품 이슈, 리스트관리, 금융 감독 이슈, 자산가격 설정, 포트폴리오 이론, 계량경제학 이론이다. 저자는 수많은 논문과 보고서, 책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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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도  ydkim@ki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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