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여성평화운동가들로 구성된 Women Cross DMZ(WCD) 팀의 북한행과 DMZ 종단은 북한정권의 정당화에 기여했을까, 아니면 꽁꽁 얼어붙은 한반도에 평화의 발자국을 남겼을까?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즈> 국제면 편집자 서지 쉬머만(Serge Schmemann)은 ‘편집 노트북’ 코너에 올린 글에서 “여성들의 행진은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글로리아 스타이넘 여사가 말한 극적인 위업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평화보다는 북한정권에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쉬머만은 “WCD 팀은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된 판문점을 건너기를 희망했지만 미국과 남한 당국은 그것을 거절했고, WCD는 버스를 타고 개성으로 가야 했다”며 “그런데도 스타이넘 여사는 자신들이 ‘인공 장벽’을 뚫었고, 평화와 화해의 ‘승리’를 장식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쉬머만은 또 “하지만 그런 정서는 적어도 남한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남한의 환영 행사에서 북한의 인권 탄압에 눈을 감고 북한의 선동 기구에 놀아났다는 반대자들의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고 밝혔다. 여성활동가들이 전제적인 김씨 왕조에 헌사를 보냈다는 북한 뉴스, 국내 보수 단체들의 비판 등을 예로 든 것이다.

그러면서 쉬머만은 “여성들의 참여로 평화를 건설하겠다는 장기 프로젝트는 분명 가치있는 일”이라며 “하지만 그들의 방식이 진정 평화를 이룰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모스크바 통신원으로 근무할 때 만났던 미국 여성평화운동가들이 소련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냉전 종식에 기여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소련 정권에 역이용당했던 사실을 회상하며 “한반도는 밀폐된 독재와 세계를 향해 개방된 민주주의가 분단되어 있는 곳”이라며 “통일은 북한의 독재가 무너질 때에라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WCD의 일원인 애비가일 디즈니가 3일 <뉴욕타임즈> 오피니언 면에 ‘편집자에게’란 반박글을 게재했다. 디즈니는 “우리가 북한에서 남한으로 DMZ를 건넌 것에 대해 물타기이자 순진한 사업이라는 심머만 씨의 언급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다”며 “우리 중 그 누구도 이것이 시작 그 이상이 될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하룻밤에 독재자를 무너뜨리거나 북한의 인권이 바뀔 거라는 환상을 가진 이는 우리 중에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순진한 접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디즈니는 “김정은 정권은 전제적이고 억압적이며 약탈적이고, 그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무력이나 제재, 소외로는 한반도의 평화에 어떠한 접근도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또 “남한 정부가 북한보다는 좀더 개방적이라고 생각했지만 WCD 멤버 5명이 유순하게 처신하지 않으면 강제추방될 거라고 위협하는 편지를 (남한 정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심머만이 언급한 ‘통일은 북한의 독재가 무너질 때에라야 올 것이라고 본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애비가일은 “체제순응적인 북한 사람들의 변화가 아닌 어떤 다른 매커니즘을 얘기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러한 변화(통일)는 북한 주민들이 자신의 체제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지 않거나 세계가 자신들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위협이 줄어들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배가일 디즈니는 디즈니 설립자의 손녀이자 다큐멘터리영화 제작자, 자선단체 ‘Peace is Loun’ 설립자이다. 이번 Women Cross Dmz 행사엔 애비가일 디즈니를 비롯해 글로리아 스테이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맥과이어,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 등 30여 명의 여성들이 참여해 지난 5월 19일 평양에 들어가 24일 개성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를 일회성이 아닌 한반도 평화가 정착할 때까지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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