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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가 사랑을 할 때제9회 “통통콘서트” 현장 취재기

지난 4월 21일(화) 역삼동에 위치한 동그라미재단에서 ‘통일보다’가 진행한 아홉 번째 통통콘서트가 진행되었다. 통일보다는 눈으로 볼 수 없는 통일을 영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캐치프레이즈로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내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모인 자생적인 모임이다. 이번 콘서트는 남남북녀의 일일데이트 과정을 담은 다큐 영상, ‘Time to love’ 상영 뒤 작품에 출연한 남녀 주인공을 게스트로 초대하여 이성과 데이트, 통일과 비전에 관한 솔직한 생각을 묻고 답하는 토크쇼로 진행되었다. 나는 이번 콘서트를 기획한 통일보다 멤버로서 콘서트현장을 영상 취재하기도 했다. 이번 콘서트는 “통일은 미래적 개념으로 준비하는 것이 아닌 현재적 개념으로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개인적 소신을 다시금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날 진행된 “통통콘서트”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 정리해 봤다.

   
▲ 21일 동그라미재단에서 열린 제9회 통통콘서트 토크 모습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사회 윤창현(통일보다 멤버, 작은통일 대표)
게스트 박요한 (사진작가) 주찬양(세이빙라이프 홍보팀장)       

창현) 간단히 본인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요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요한이구요. 나이는 스물일곱입니다. 지금은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고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사진관련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찬양)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주찬양이구요. 91년생입니다. 제 고향은 함경북도 청진입니다. 2011년에 대한민국에 입국했구요. 서울생활 4년차로 가끔씩 방송출연도 하면서 “세이빙 라이프”라는 북한관련 인권단체에서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창현) 처음 다큐에 섭외가 되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요한) 처음에 그런 제의를 받았을 때 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은 낯선 느낌을 받았어요. 북한 출신의 여자와 데이트를 한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났어요. 그런데 찬양씨를 직접 만났을 때에 인간적으로 만났지 뭔가 이념적으로 만나지 않아서 그런지 제가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찬양) 감독님이 제게 연락을 주셨을 때 남남북녀의 만남으로 진행된다는 거예요. 근데 저는 연애경험이 없어서 쑥스럽고 못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대학생 오빠랑 하루 만나는 거라면서 가볍게 애기해 주셨어요. 한국의 대학생활도 궁금하고 해서 참여했어요.

“북한에서의 데이트...”
창현) 찬양 씨께 먼저 여쭤볼게요. 북한에서의 데이트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찬양) 일반적으로 북한사람들은 남녀의 만남을 부끄러워해요. 사람들 앞에서 손을 잡거나 팔짱끼는 것을 부끄러워하죠. 그래서 조용하고 으슥한 곳에서 저녁에 단둘이만 만나곤 해요. 집에서 음식을 직접 해먹든가 강이나 아무튼 으슥할 때 데이트 많이 해요. (일동 웃음) 북한에는 가로등이 없어요. 날이 으슥해지면 느낄 수 있어요. 저기 커플이 있구나, 그렇게. 하하.

창현) 하루 진행된 데이트 코스 중에서 두 분은 어떤 곳이 기억에 남으셨나요?
요한) 저는 남산이 기억이 나요. 서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찬양 씨를 위해 서울을 상징할 수 있는 곳을 보여주고 싶어 남산에 갔죠. 그곳에 가서 서울전경도 보고 문화체험도 하고 자물쇠도 남기고 그런 점이 좋았어요.

창현) 남산에서 자물쇠 채우는 장면을 보면 “Time to love”라고 쓰셨는데 왜 그런 표현을 적으셨나요?
요한) 대단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구요. 남자와 여자랑 만나면 뭐하겠어요. 사랑을 하겠죠. (일동 웃음) 속내는 그런 뜻이 맞구요. 거창하게 말하면 남과 북이 하나되는 시간이란 뜻으로 그런 문장이 생각났어요.
찬양) 우리말로 하면 ‘사랑할 시간’이란 뜻이잖아요. 전 그 말이 되게 마음에 와닿았어요. 사랑엔 다양한 의미가 있잖아요. 꼭 남녀간 사랑이 아니어도 청진에서 온 지방 사람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고 대한민국에서 지금 사랑할 수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 말을 듣는 순간 감동받았어요.

창현) 데이트 하면서 남한 여자와 북한 여자의 차이점을 느끼셨나요?
요한) 솔직히 저는 여자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일동 웃음) 연애경험이 많지 않아서. 찬양 씨는 정말 순수하고 솔직하고 담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남한여자들은 굉장히 비싼 척하고 그러거든요. FM 같은 데이트가 있어요. 남한 여자들은 좀 피곤한 스타일인데.. (일동웃음) 강남 같은 곳에 가면 여자들의 외모나 스타일이 대부분 비슷해요.

   
▲ 북한에서 온 주찬양 씨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창현) 혹시 데이트 할 때 받은 선물은 아직도 갖고 계신가요? 시계, 시집, 곰돌이 열쇠고리 등을 선물하셨던데..
찬양) 오빠가 저에게 사진집을 주셨어요. 당시 저는 미술에 관심이 있어서 감사히 받았는데, 그 이후로는 잊었죠. 그런데 작년에 미국생활하면서 사진에 완전 빠졌어요. 며칠 전 오빠가 준 책을 다시 봤어요. 그러고 보니까 오빠가 선물해 준 그 책의 작가분이 엄청 유명한 분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 책은 지금 제 책장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창현) 요즘 북한의 배우자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찬양) 크게 두 가지죠. 하나는 신분이에요. 북한에서는 당의 신임을 받고 당 간부로 승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군대를 10년 다녀오고 입당까지 해야 돼죠. 그런 사람이라면 신부 쪽에서 도와주면 당 간부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어요. 직업군이 되면 수입이 괜찮아요. 제가 말하는 수입은 국가에서 나오는 월급이 아니에요. 직위가 있고 계급이 있으면 밀수 밀매가 가능한데 군복의 힘을 빌려서 암거래 장사를 하는 거죠. 그게 하나의 기준이구요. 다른 하나의 기준은 최근 상황인데 탈북한 사람들 가족이에요.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북한당국에서는 탈북자 직계가족은 잡아가거나 감시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탈북을 해요. 바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십 만 명이 흩어져 있어요. 이 분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어떤 방법으로든 연락을 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 분들이 북한의 가족들을 도와주는 것은 돈을 보내주는 방식이죠. 브로커를 통해서 직접 돈이 들어가니까 북한의 당 간부들도 탈북자 가족들은 외국에 돈줄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들에게 뇌물을 받으면서 자기 자녀들을 그들에게 시집, 장가보내려고 하고 있어요. 최근 추세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요.

창현) 요한 씨가 사진작가로서 몇 번의 전시회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만약에 북한에서 작업을 하신다면 어디를 가보고 싶은가요?
요한) 글쎄요. 만약 저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린아이에 대해 작업을 해보고 싶고 북한 주민의 생활상에 대해서 담아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문제를 드러내기보다 그들의 따듯한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저만의 시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런 뉘앙스로 그들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창현) 찬양 씨가 생각하는 북한 남자, 남한 남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찬양) 북한 남자들은 표현력이 부족해요. 마음은 뜨거워요. (일동웃음) 사람의 감정들이 딱 보면 느껴져요. 진심은 알겠는데, 표현방법이 너무 서툴고 말이 안 되면 확 몸을 끌어안든가 그런 거 있잖아요. 반면에 남한의 남자들은 포근하고 따듯해요. 특별히 경청해주는 것이 멋진 것 같아요. 제가 누군가와 만나서 애기하면 공감해주는 그런 모습이 제 마음을 더 열게 하는 것 같아요.

창현) 두 분이서 일 년 만에 다시 만나셨는데, 서로 본다고 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요한) 무엇보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찬양 씨가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도와줄 생각이 있습니다. 편한 오빠와 동생 사이로 잘 지낼 것 같아요.
찬양) 오빠랑 한동안 카톡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미국 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죠. 그래서 이번에 다시 본다고 했을 때 연락을 가끔씩이라도 할 걸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사진에 관심이 생기면서 앞으로 사진작업 할 때 동기부여 받아서 많이 배우면서 친오빠차럼 잘 지내고 싶습니다.

창현) 탈북자라는 말을 들을 때 심정은 어떤지 다른 말로 듣고 싶지는 않나요?
찬양) 어쩌겠어요. 저희가 그냥 받아들여야죠. 그러나 “이제는 사랑할 때”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의 의식정도면 그냥 지방에서 온 사람으로서 봐주면 좋을 것 같아요.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대한민국 지도를 그려보세요, 라고 하면 반쪽지도를 그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렇게 무의식적으로는 하나인데 물리적으로는 갈라져 있는 현실이란 말이죠. 솔직히 탈북자라는 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명칭을 떠나서 부산 사람, 청진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통일을 위해 다리가 되어주고파”
창현) 통일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찬양) 저희 가정은 의사집안이에요. 어릴 적부터 대한민국에 올 때까지 저는 당연히 의사가 되는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할아버지도 어릴 적에 크면 의사가 되라고 계속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자동적으로 의사가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꿈”이란 게 있고 사람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하고 싶은 분야도 너무 많고.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 지금 이렇게 여러분과 나누는 것들, 남북이 현실적으로 만나기 힘든 상황이지만 저희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여기에 왔잖아요. 이런 것들이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할 거예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북한 사람들을 위해 실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희들은 장마당 일꾼들을 세워서 그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동기부여해주는 그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통일이 된 이후 북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면 지금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했다면 그들을 볼 때에 떳떳하지 않을까요.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거는 풍족할 때가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때이고 내가 돕는 것도 풍족해서 나누는 게 아니고, 없는 중에 나누는 것이 뿌듯한 거잖아요.

   
▲ 제9회 통통콘서트 참석자들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창현) 마지막으로 공통질문 드리겠습니다. 본인들에게 “통일”이란 무엇인가요?
요한) 지금 이 순간 남과 북의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물리적인 장벽들이 무너지기까지는 굉장한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를 포용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통일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찬양) 제가 생각하는 통일은 ‘ING’라고 생각해요.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그냥 지금 현재 진행 중인 거예요. 그래서 물리적인 것을 떠나서 인간적인 통일을, “통일보다”처럼 통일을 볼 수 있는, 여기 계신 분들은 그런 것을 보셨기에 여기 오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렇지 못하신 분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아요. 그런 분들께 좀 더 열린 마음을 확산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창현) 두 분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영상을 보니까 두 분이 처음 만나셨을 때는 어색해하며 마주보는 모습을 하셨다가 마지막에는 서로 옆에 앉아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통일”이란 것이, 남과 북의 청년들이 가까워진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들이 아니라 하루면 충분히 가까워지고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우리 삶속에 있는 탈북민들과 함께 작은 통일을 만들어가는 활동들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상으로 “통일보다”가 진행하는 아홉 번째 “통통 콘서트”를 마치겠습니다. 긴 시간 경청해주시고 끝까지 자리 지켜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영필 감독  zeroph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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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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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16-10-02 20:17:36

    주찬양씨는 이미 결혼해서 아이낳은 유부녀랍니다~!!!! 현재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고정출연중이심~!!!!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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