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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주 동포들의 노력

올해 7월 27일은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 되는 날이었다.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 특히 미국 동포들은 각 지역으로부터 다양하게 연대하며 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알리고자 했다. 필자는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행사 참여를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했다. 이 글에서는 ‘Korea Peace Action’ 일환으로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렸던 포럼과 하원 레이번 하우스에서 열렸던 ‘한반도 평화 브리핑 세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전쟁은 남과 북만 아니라 27개 유엔국과 중국이 참전했던 국제전이었다. 휴전에 반대했던 이승만 대통령이 협상을 거부하며 테이블에 앉지 않았던 것과 평화협정 체결 불발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전쟁을 끝내는 일이 남북을 초월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남북이 수차례 상호체제 인정과 불가침을 확인했지만, 공식적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그리고 북미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완결되지 못한 채로 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그에 대응한다는 북한의 군사행동은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전쟁 위협 속에 몰아넣곤 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한국전쟁 종식 주장이 이슈화된 계기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다. 하와이에 거주하던 재미 동포 크리스틴 안은 15개국 30여 여성평화운동가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고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인 5월 24일을 기점으로 북에서 남으로 판문점을 통해 걸어서 내려오는 ‘Crossing’ 행사를 기획했다. 여성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다큐멘터리 감독이면서 월트 디즈니 상속녀인 애비가일 디즈니,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맥과이어(1976년), 리마 보위(2011년), 그리고 WILPF, Code Pink 등 국제 여성평화단체 대표 30여 명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당시 박근혜 정부와 유엔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버스를 타고 판문점을 통과해 내려왔다.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뚫어보고자 했던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2015년 Crossing참여자들, 2023년 3월 1일 브래드 셔먼 의원의 HR1369 발의 기자회견, 기조 강연하는 브루스 커밍스 박사, 레이번 하우스에서 발제하는 김경협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 행사는 Women Cross DMZ(WCD) 단체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2018년까지 해마다 5.24가 되면 WCD와 국내 여성단체들이 함께 임진각 주변 민통선에서 대규모 걷기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정전협정 70년을 맞아 WCD는 7월 28일 조지워싱턴대학 엘리어트 국제관계대학원에서 포럼을 주관했다. 종군기자로 한국전에 참전했고 후에 ‘두 개의 한국’을 펴낸 브루스 커밍스 박사가 기조 강연을 했다. 커밍스 박사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핵무기 사용을 검토했던 배경을 설명하면서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불사하겠다는 태도가 북한의 핵무장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까지도 한반도에 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무기들이 전개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커밍스 박사는 북한 핵 문제에 있어서 ‘가해자’(perpetrator)는 북한이 아니고 미국이라고까지 잘라 말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 개발을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 강화라고 내세우는 맥락과 맞아 떨어진다. 커밍스 박사의 이러한 주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가 되면 그의 주장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7월 27일 오전 레이번 하우스에서는 지난 3월 한반도 평화법안(HR1369)을 발의한 민주당 브래드 셔먼 의원(CA32) 주최 한반도 평화법안 브리핑 세션이 진행됐다. 셔먼 의원은 HR1369가 제시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북한 핵문제 협상에 있어서도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셔먼 의원은 116회기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중진의원으로서 117회기에 동일 내용의 한반도 평화법안 HR3446을 발의해 46명 의원의 서명을 받은 바 있다. 하원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 HR3446에 이어 118회기 초인 올해 3월 다시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7월 28일 WCD가 미국 조지워싱턴대 엘리어트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브루스 커밍스 박사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기조 강연 동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IzRHibVGs9k 에서 볼 수 있다.

HR3446의 경우 미북 이산가족들의 인도적 북한 방문을 허락할 것, 전쟁을 공식 종료하기 위해 대화와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 미 행정부가 이를 위한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 평양과 워싱턴DC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것 등을 규정했었다. 이번 HR1369에는 특별히 주한미군 유지도 명시했는데, 한반도 평화법안이 통과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함이다.

이번 하원 브리핑 세션에 초대된 국회 평화외교포럼 대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주정의당 의원은 정전협정 체결 후 70년 넘게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이에 맞물린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발제하고 HR1369에 대한 지지 발언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수교 과정과 북한 비핵화를 투 트랙으로 놓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는 법안을 공동 발의한 33의원실의 보좌관과 한인 유권자 단체인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의 최광철 대표 및 임원들이 함께 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을 오가며 WCD를 출범시킨 국제여성평화운동은 현재 미주 10개 지역 모임과 종교인, 한국어권, MZ 모임 등 풀뿌리 운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11개 지역 위원회 조직을 갖추고 있는 KAPAC은 셔먼 의원을 비롯 하원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회장인 주디 추 의원, 그레고리 믹스 전 외교위원장, 그리고 한국계 앤디 김 의원, 메를린 스트릭랜드 의원 등을 위한 후원회를 개최하면서 유권자 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시에 한반도 평화정책을 추동하는 공공외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번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워싱턴DC의 하원과 백악관, 링컨기념관과 GWU 등지에서 있었던 다양한 행사들은 한반도 평화정책 관련 공공외교의 지평이 확장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주 동포를 공공외교의 새로운 주체로 바라볼 이유가 충분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미주 동포가 이끄는 평화 운동 단체와 유권자 단체가 현 한국 정부의 정책과 다른 입장임에도 하원의원, 학자와 함께 미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전통적 공공외교 공식을 초월할 뿐만 아니라, 국제 연대를 통한 ‘보편적 가치 기반의 공공외교’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해준다. 아직도 열전의 기운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한반도. 평화 완성을 위한 미주 동포들의 노력이 아름다운 결실로 영글어 가길 기대한다.

윤은주/ 북한박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ejwarrior@hanmail.n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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