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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만 있고 ‘전략’이 없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평화재단 현안진단 제307호

윤석열 정부가 재임 기간 동안 추진할 외교안보정책의 방향을 담은 국가안보전략서(이하 전략서)를 6월 7일 발표했다. 전략서는 국가의 안보정책 방향에 대한 국민여론 수렴 및 국론통합 지향의 안보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3월 초에 발간 예정이었지만,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미국 방문 이후 한·일 및 한·미 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3개월가량 늦춰졌다.

한국 정부가 종합적 안보정책 구상을 공식으로 밝힌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2004년 3월 노무현 정부가 처음이다. 역대 정부가 국가안보를 최우선시하면서도 지난 56년 동안 전략서를 발간하지 않았던 것은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에만 전념한다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외교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면서 경제 대통령임을 내세우곤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위협인식 순위는 서로 달라

이번 전략서의 의의와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발표된 미국과 일본의 전략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1월에 출범한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전략서가 작년 10월 17일, 2021년 10월에 출범한 기시다 일본 내각의 전략서가 12월 16일, 그리고 지난해 5월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전략서가 가장 늦은 올해 6월 7일에 발표되었다. 그런 만큼 미국과 일본의 전략서는 어떤 의미에서든 윤석열 정부의 전략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전략서에 서술된 3개국의 위협 우선순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미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능력을 갖춘 유일한 국가”로 평가한 중국을 제1순위로 놓고, 그 뒤로 러시아, 이란, 북한 순서로 배치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이란과 함께 불안정을 야기하는 소규모(smaller) 독재국가라고 부르면서 “불법적인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전략서는 중국을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 강화,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 국가로 제1순위에, 북한을 ‘종전보다 한층 중대하고 긴박한 위협’ 국가로 제2순위에 놓았다. 이전의 2013년 12월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제1순위, 중국이 제2순위였지만 이번에는 뒤바뀌었다. 러시아는 ‘모든 분야에서의 협력’ 국가로 묘사했었지만, 이번 전략서에는 ‘중국과의 전략적 연계와 맞물려 방위상의 강한 우려’ 국가라고 부르며 제3순위에 올려놓았다.

윤석열 정부의 전략서는 위협순위를 국가별이 아닌 위협요인으로 매겼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고도화를 제1순위로, 미·중 경쟁의 심화를 제2순위로 들었다. 직접 중국을 위협대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경제력 성장을 토대로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간 대결’이라는 미국 측 시각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사실상 중국을 북한에 이은 위협세력으로 놓았다.

이번 전략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고도화를 우리 안보의 최대위협으로 기술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1 위협요인으로 놓는 것은 마땅할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을 제2 위협요인으로 놓은 것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이 우리와 가치를 달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음에도 직접적으로 우리 주권이나 국토에 야욕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한국의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북한에 대한 우리의 영토고권(領土高權)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7광구의 석유개발권을 독점하기 위해 공동개발을 거부하는 등 우리 주권과 국토, 국익을 위협하고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진영논리에 빠져 국가안보의 목표와 실제 정책간 괴리 드러내

윤석열 정부의 이번 전략서는 국제정세 인식에서 과도하게 양극화된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당위적인 국가안보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과의 괴리를 보여준다. 또한 국가안보전략서라는 이름에 걸맞은 국가의 ‘전략’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다루기보다는 ‘안보’의 영역에만 치우쳐 있다.

국가안보 목표의 첫 번째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으로부터 우리 주권과 국토를 굳건히 수호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중국 정책을 다룬 부분에서 “정부는 우리 주권과 권익에 대해서는 국익과 원칙에 기반하여 일관되고 단호하게 대응”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드 문제가 우리의 안보 주권 사안’이라고 밝힘으로써 사드 사태 때 보여준 중국의 문제 제기와 보복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우리나라의 주권과 권익을 위협한 것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일본 측의 전략서는 한국의 고유영토인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표기했다. 이는 2013년 12월에 발표된 제1차 전략서에서 단순히 ‘독도 영유권 분쟁이 있다’고 기술한 것보다 일본 측 입장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일본의 노골적인 도발 언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략서는 우리 주권과 국토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국가안보 목표의 두 번째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면서 통일 미래를 준비한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을 말하면서도 이를 지속가능하도록 제도화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전략서에도 장기목표로 제시됐던 것으로, 평화통일을 실현해 나가는 중간단계에서 한국전쟁의 국제법적 해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윤 정부의 전략서에는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로지 북한 비핵화 추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비핵화 외에도 정치적 화해, 군사적 신뢰, 경제적 교역, 사회문화적 교류 등 다방면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북한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더라도 당근과 채찍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전략서에는 ‘힘에 의한 평화’만 강조하면서 ‘당근’은 내놓지 않고 ‘채찍’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략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억제(Deterrence), 단념(Dissuasion), 대화(Dialogue)라는 ‘3D’의 세 가지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억제를 위해 ‘한국형 3축 체제’를 조기에 완성하고, 단념을 위해 대북 제재와 신종 외화획득 수단 차단을 강화하며, 대화는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억제와 단념은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초래해 안보딜레마에 빠질 수 있으며, 북한이 이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생존권과 발전권의 보장을 내건 마당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안보 목표의 세 번째로 “동아시아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고 글로벌 역할을 확대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이를 위해 자유·민주·인권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규범에 입각한 공정한 국제협력을 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중국·북한 등을 배제하는 진영외교를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글로벌 역할은 왜곡되고 동아시아 번영에 불가결한 한쪽 축이 단절되고 그 기틀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에는 중국, 북한,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국가들이 있는데, 주요 무역 파트너인 이 나라들을 빼고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확대하고자 하는 글로벌 역할이란 것도 ‘가치를 공유하는 선진국들이 식량 및 보건 취약국인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역량증진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으로 진영외교의 일환일 뿐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국익과는 거리가 멀다.

 

채찍과 당근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한반도 평화 구상이 나오길

윤석열 정부의 이번 전략서는 변화된 국제안보 환경에 맞게 새롭게 대두한 경제안보와 신흥안보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또한 협력과 연대에 기반한 글로벌 기여외교의 구상도 제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취임을 전후해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북한의 핵·미사일 증강 속에서 이번 전략서는 아무래도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그리고 대북 억제력 강화에 초점을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전략서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정상회담, 특히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던 시점에 발표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전략서가 ​“북한의 핵·WMD(대량살상무기)는 당면한 최우선적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한 데 비해, 문재인 정부의 전략서는 북한의 핵 위협을 특별히 다루지 않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서술하고 ‘종전선언, 평화협정’의 추진을 내걸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윤 정부의 전략서에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만 담은 것은 문제가 있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2022.10)조차도 한반도정책과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만들기 위한 북한과의 지속적인 외교를 추진할 것이며,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지속적인 외교’와 ‘확장억제력 강화’라는 균형 잡힌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전략서는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목표와 함께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국가상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평화, 번영의 한반도』보다 분명한 국가상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저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추상적이고 구호성이 강한 국가상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는지 등 과정과 수단의 제시 및 그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동맹국 미국에만 일방적으로 편승할 것이 아니라 세력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주적인 국방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략서가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다루고는 있다. 하지만 자주적인 국방력은 단지 첨단전력 건설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군사력 운용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군이 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군사력 운용능력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전략서는 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한·미가 이미 2017년에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3단계로 추진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제1단계 기본운용능력(IOC)은 2019년 8월 한·미군사연습 때, 제2단계 완전운용능력(FOC)은 코로나로 연기되었다가 2022년 8월 한·미군사연습을 통해 각각 검증평가가 통과되었다. 이제 제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평가만 남았다. 그런데도 이번 전략서에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대북정책에서도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강화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을 제시함으로써 채찍과 당근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비록 이번 전략서에 담기지 않았더라도 당면한 위협에 대한 ‘안보’ 대책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어가겠다는 ‘전략’과 그 실행력을 담보하는 믿음직한 정책들을 담은 새로운 한반도 평화 구상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윤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 대상과 주변환경의 변화를 두루 살피면서 진정으로 담대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은 우리 외교사상 세 번째로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되었다. ‘인류 보편가치와 규범에 기반한 외교질서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방향 설정은 비상임이사국의 역할에 부합되지만, ‘자유세계와의 연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것은 뭔가 짝이 맞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편협한 진영외교를 넘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길 바란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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