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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부 외교정책 1년, 뼈를 깎는 성찰과 한국외교의 대전환을 촉구한다!윤석열 정부 1주년 사단법인 외교광장 성명서

사단법인 외교광장이 윤석열 정부 1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외교를 평가하는 성명서를 15일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편집자 주

1.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의 지난 1년은 한마디로 굴종의 시간이었다. 70년 동맹 미국을 위해 기꺼이 체스판의 말로 전락한 ‘사대’의 나날이었다. 역사와 정의를 저버리고 한일관계 개선만을 위해 맹목적으로 돌진해온 ‘굴욕’의 시간이었다.

출처와 경위조차 불분명한 이유로 외교 인사를 단행하고 진용을 흩트린 행태. 사대와 굴종에 분노한 국민에게 거꾸로 일방적 훈계를 퍼붓는 권위주의적 태도. 마치 일본의 대변인이나 된 듯, 가해자의 논리에 동조하며 역사적 피해국의 수장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언사를 연속하는 작태. 지난 1년의 모든 사건은 상식적 국민의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전환기 해법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11분간의 연설에서 그가 20번 넘게 반복한 것은 ‘자유’였다. 이어진 11월에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과 ‘프놈펜 선언’을 통해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제시하는 언사는 온통 ‘자유’로 범벅이 되어왔다. 문제는 그 ‘자유’가 공허하고 위선적이며 대결을 부추기는 신냉전적 자유라는 것이다. 이런 외교적 질주를 통해 한반도가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사이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한 조각 한 조각 조심스럽게 쌓아 올린 평화의 돌탑이 일거에 무너지고 있다. 성숙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조치를 넘어선 우리 국민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해양과 대륙, 미국과 중러 사이,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교량국가’가 되어온 대한민국이다. 그렇게 평화적 공동번영의 질서를 선도했던 우리의 모습은 지금 어떠한가. 격렬한 충돌과 날카로운 균열의 단층선 위에 스스로 올라타 칼춤을 추고 있다. 이러한 행태가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오므라이스’와 ‘아메리칸 파이’를 최소한의 국가적 자존 그리고 국익과 교환한 외교를 과연 ‘외교’라 할 수 있는지 국민은 준엄히 묻고 있다.

5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소인수 회담을 갖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

윤석열 정부는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범죄를 탕감해주는 대가로 무엇을 얻어왔는가? 윤 정부가 공언한 ‘반 컵’의 물을 오염수로 채운 일본은 군국주의로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한편, 윤 정부가 총대를 맨 한미일 안보협력의 이례적 강화는 중국, 러시아, 북한 세 나라를 하나의 대열에 서도록 추동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적 전면 충돌의 위험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일본을 대신하여 이들 세 국가를 상대하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한국이 국제 패권경쟁의 맨 앞줄에 서게 된 것이다. 그런 우리의 손에 미국은 ‘워싱턴 선언’을 쥐어주었다. 이 와중에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실 핵심 책임자가 ‘사실상의 핵공유’ 선언이라고 강변하자, 미국 핵심관계자가 ‘핵공유’가 아니라고 바로 받아친 것이다.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의 성과도 혼자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활용에 대한 미국의 승인과 일본과의 협의가 전제된 수준이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5월 7일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셔틀 외교가 복원되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보도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핵협의 그룹’에 대한 일본의 참여에 문이 열렸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강력한 항의와 경고 이후, 어이없게도 우리를 제쳐두고 일본은 중국과 국장급 대화를 열고 ‘관리’ 모드에 들어가고 있다.

 

3.

윤석열 정부는 신냉전이 현실이라고 한다. 하여 이제는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전략적 선명성의 시대라며, 어느 한 편에 확실히 붙는 ‘줄서기 외교’를 시전 중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에 윤 정부가 돌진하는 이유다. 그런데 신냉전은 정말 현실인가? 아니다. 신냉전은 세계적 흐름도, 시대적 대세도 아니다. 오히려 대다수 나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국익에 기반한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고리인 인도는 “인도는 인도 편”이라며 대중, 대러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화하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 룰라 역시 중국 방문 중 “미국은 전쟁을 그만 부추기라”며 다극주의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미국과 일본도 그렇다. 윤석열 정부가 신냉전을 부르짖으며 반중, 반러 전선의 돌격대로 나서는 사이, 미국과 일본은 실리를 챙기는 국익 중심 대외정책을 양면으로 전개 중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압박하면서도, 자신들은 대중국 디커플링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없는 상태다. 2022년 미중 교역량이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 단적인 증거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기시다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의 최전선에 설 듯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국내 사정을 들어 무기 지원은 하지 않았다. 이뿐인가. 대러 제재 후에도 사할린-2 프로젝트에는 여전히 참여하며 러시아와의 에너지 외교에서 실리를 챙기는 중이다. 세계가 이러하고, 미일이 이러할진대, 대체 왜 우리가 앞장서, 국익을 거스르고 국운을 희생하며, 시대착오적인 냉전의 유령을 한반도로 다시 불러들여야 하는가! 북핵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더더욱이나 중러라는 레버리지를 포기해선 안된다.

4.

소위 ‘글로벌 중추국가’ 한국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가?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가치 외교의 풍차를 향해 돈키호테처럼 뛰어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실리 외교의 전장으로부터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처한 엄중한 외교안보적 상황을 뚜렷이 자각해야 한다. 대결과 전쟁을 책동하는 진영외교에서 벗어나 공존과 공생을 위한 평화번영 외교에 나서야 한다. 외교 문제야말로 단순한 정권 성패 차원이 아닌 국운이 걸린 문제임을 가슴 서늘히 깨달아야 한다. 과연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더이상은 외교 정책에 대한 전면적 성찰과 대전환을 미룰 수 없다. 외교의 혼돈과 추락을 즉시 멈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미국과 일본의 국익에 봉사하는 굴욕 외교를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당당한 외교의 길에 나서라! 국민을 위해, 국익을 위해, 세계의 광장에 꿋꿋이 서는 독립국가 한국 외교를 재건하라!

 

2023.5.15

윤석열 정부 1주년 즈음하여,

사단법인 외교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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