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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다면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지난 4월 26일 한미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선언’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 “미국이 핵우산 운용에 대해 다른 국가와 1대1로 체결한 최초의 합의문서”라며 추켜세웠다.

워싱턴선언의 핵심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선언은 밝히고 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과 재래식전력, 미사일방어능력 등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억제력을 제공하는 개념을 말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전략자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B-2, B-52 등), 전략핵잠수함(SSBN), 핵추진 항공모함 등 전쟁 판도를 좌우할 만한 수준의 무기를 동원하게 된다.

여기에 우리의 3축 체계까지 더하면 북한의 핵사용 위협에 대한 실효적인 억제·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3축 체계는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과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북한의 공격 이후 지휘부와 주요시설 등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말한다.

이번 워싱턴선언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북핵을 대비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좀더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갖추게 됐다’는 것과 함께 ‘북한이 계속해서 핵·미사일 개발을 진전시킬 경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엇갈린다.

워싱턴선언에 대해 당장 북한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더 위력적인 무기 개발, 그에 대응한 한미의 더 강력한 확장억제는 서로의 꼬리를 물면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위기가 정점 상태에서 상당 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한반도 위기가 상수(常數)가 되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안보 불안을 조성하는 게 아니다. 안보 불안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 그래서 안보 위기 요인을 낮추거나 없애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워싱턴선언은 안보 불안을 어떻게 낮추겠다는 내용이 없다. 긴장감이 높아가는 한반도에 어떻게 평화를 가져오겠다, 이를 위해 중국이나 북한에게 무엇을 제안한다 하는 내용이 빠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불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여당 원내 지도부와 만찬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년 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언급하며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그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통령이 말한 지속가능한 평화가 고작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일 협력을 추진하면서 불필요하게 중·러를 자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대중국 무역적자는 회복이 요원해졌고, 러시아 내 수입차 인지도 1위를 달리던 현대자동차는 결국 러시아에서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중·러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도 사업이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안보만 튼튼히 하면 경제는 어떻게 되든 괜찮다는 것인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지난해 반토막 예상, 미-중 갈등에 한국GDP 0.3% 감소, 한국 경기선행지수(수 개월 뒤 실물경기흐름 예측) 14년 만에 최저, 올 들어 세수부족 16조원 육박, 2022 회계연도 국가결산...적자 117조 ‘최대’, 대중 수출 비중 19.5%(20년 전으로 회귀), 대중 무역적자 6개월 넘게 지속

OECD,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국책연구기관 등이 최근 내놓은 우리나라의 경제 지표들이다. 하나같이 불안과 우려를 자아내는 내용들이다. 국민들이 진짜 불안해하는 것은 북핵이 아니라 경제, 즉 먹고사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안보를 소홀히 하자는 건 아니다. 안보도, 경제도 평화로 수렴된다. 안보도, 경제도 어느 하나가 무너질 때 지속가능한 평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우려스런 대목이 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뒤 귀국해서는 여당 지도부만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여당 말대로 이번 워싱턴선언이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면 당연히 국민의 대표인 야당도 초청해 진솔한 설명을 했어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떠올리는 ‘국민’에 대한 예의다.

지금, 대학가와 종교계에서는 연일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내용도 굉장히 센 편이다. 대통령의 사과나 태도 변화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 오죽하면 교수들과 종교계가 이렇게 나서겠는가. 윤 대통령은 여당이나 지지자들만 아니라 우려하고 비판하는 목소리에도 겸손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대통령에게 박수치고 환호하는 미·일 정상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연일 우려와 비판의 언사를 보내고 있는 북한, 중국, 러시아 정상에게도 악수를 내밀어야 한다. 체면이나 자존심, 기계적인 균형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진정한 안보와 경제, 즉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성원/ 평화통일연대 동북아평화교육원장

김성원  op_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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