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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방미 성과와 남·북·미의 동상이몽평화재단 현안진단 제304호

가치외교의 성적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4월 26일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북핵 위협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한·미는 ‘워싱턴 선언’에서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핵무기 사용의 경우 한국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창설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윤 대통령이 방미 전 언급한 ‘NATO 이상의 강력한 대응’과는 거리가 멀다. NATO의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NPG)은 유럽에 전진 배치된 미국 전략자산의 공동 운용 논의, NATO 회원국의 핵투발수단 제공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와 달리 한·미가 합의한 핵협의그룹은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워싱턴 선언’ 그 어디에도 미국의 핵자산 운용에 대한 한국의 참여와 발언권은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

대통령실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사실상 미국과의 핵공유”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27일 미국 국무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과 브리핑에서 “핵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핵공유에 대한 정의는 핵무기의 통제(control of weapons)와 관련되며, ‘워싱턴 선언’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와 한·미 원자력협정의 준수를 재확인했다. 일각에서 제기되어온 자체 핵무장론, 핵추진 잠수함 확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 우리가 북핵 위협 상쇄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카드를 모두 ‘셀프 봉쇄’한 셈이다. 대통령실과 미국 측은 ‘워싱턴 선언’의 내용을 중국 측에 사전 통보했다. 유엔안보리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비호하고 있는 중국에게 한국은 NPT를 준수할 것이며, 확장억제는 중국의 이해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양해를 구한 셈이다. 결국 북핵 위협 앞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얻은 것은 사실상 핵협의그룹이라는 구속력 없는 형식상의 기구 하나인 셈이다. ‘워싱턴 선언’ 직후 미국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수석연구원이 “미국의 공허한 승리”라고 평가한 이유다.

도·감청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져가는 가운데 안보의 핵심 컨트롤타워까지 ‘털린’ 대통령실의 입장은 미국 옹호 일색이었다. 일부 국가가 도·감청 내용의 불확실성과 조작설을 제기하는 배경을 이유로 대통령실은 도·감청은 없었다는 입장을 서둘러 발표해 논란을 자초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악의는 없었다”는 대한민국 외교사에 남을 만한 발언을 남겼다. 윤석열 정부 가치외교의 일면이다.

출범 1년을 넘긴 윤석열 정부 가치외교의 성적표는 어떠한가?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한·미 동맹 및 한·일 군사협력 강화 기조는 탄력을 받고 있지만, 북핵 위협은 증대하고 있으며 군사적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우리의 항구, 비행장, 그리고 주요시설을 모의 핵공격 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은 정전협정 이후 최초로 속초 앞 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12월에는 대통령실 상공까지 무인기를 침투시켰다. 최근 북한은 우리의 항구에 초강력 해일을 발생시킬 수 있는 핵무인수중공격정의 기폭실험까지 실시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한국기업을 직격했으며,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 강화 속에 삼성전자와 SK는 최악의 실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의 체코 수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현실이다.

4월 26일(현지 시각)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백악관에서 국빈 방문 공식환영식을 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화성-18형의 명암

2023년 4월 13일 북한은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장착한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콜드런칭 방식으로 발사했다. 콜드런칭은 미사일을 압축공기로 발사관 밖으로 일정 정도 밀어올린 뒤 공중에서 점화하는 방식인데, 이는 발사 시 화염과 후폭풍으로부터 발사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첫 고체연료 로켓엔진 ICBM 시험발사에서 대출력 로켓엔진 성능, 단 분리, 조종체계 등을 검증했다. 노동신문은 “전략무력의 끊임없는 발전상을 보여주는 위력적 실체”라고 평가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를 향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체연료 ICBM은 준비시간이 크게 줄어들며, 기습발사에 유리하다. 우리 킬체인(kill chain)의 무력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미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고체연료 로켓엔진 및 콜드런칭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북한은 2016년 수중에서 콜드런칭 방식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의 사출에 성공했으며, 2019년에는 SLBM 북극성-3을 고도 910㎞까지 고각 발사해 준중거리 미사일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까지 ICBM의 정상 각도 발사를 시도하지 못했으며, 이번 화성-18형도 마찬가지였다.

평양 순안공항에 집중된 ICBM 발사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북한은 평양 외곽에서 화성-18형을 발사해 야지 기동 및 기습발사 능력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화성-18형 발사 장소는 조경이 잘된 정원과 아스팔트 포장 도로임에 비추어 일반적인 야지가 아닌 김정은 위원장의 특각 또는 다른 시설로 추정된다. 또한 이동식 발사대가 지나간 콘크리트 다리를 흙으로 위장한 정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화성-18형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ICBM의 기술적인 제약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이 위력을 과시한 핵탄두 탑재 가능한 무기체계는 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 KN-23, KN-24, KN-25, 핵무인 수중공격정 해일, 순항미사일 화살-1, 2형,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2, 15, 17, 18 등이다. 핵무기 선진국인 미국보다 더 다양한 핵전력을 개발·운용하고 있는 셈이며, 결국 이는 개발과 군수지원 및 유지에 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북한의 경제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핵전력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원투자의 왜곡 및 인민경제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소련이 미국과의 전략무기 감축협정에 합의했던 이유는 군비경쟁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이었다.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로 경제문제 해결은 더 요원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은 알곡생산고지 점령을 최우선 경제 목표로 설정했으며, 전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상황에서도 방역을 국가 최우선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4월 16일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참석 하에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을 성대히 치렀지만 더 시급한 경제부문의 자원투입을 희생시킨 결과라는 평가다. 핵무기를 중심으로 하는 국방력 강화와 자력갱생노선,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가 지속가능한 북한의 발전노선일 수는 없다. 최근 북한은 국제제재라는 동병상련의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양국 간 협력의 여지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북한 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

 

바이든 정부의 빈손

2021년 4월 말 출범 100일 만에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 재검토(review)를 끝내고 ‘조정된 실용적 접근’(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공개했다. 당시 바이든 정부는 자신들의 대북정책이 트럼프 정부의 빅딜전략과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과 차별화되며, 강한 억지, 외교, 동맹을 근간으로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시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능력 축소 수준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2년이 지난 바이든 정부는 그 어떤 북·미 접촉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게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반복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이미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 간 교환이라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이미 하노이에서 실패를 경험한 북한이 원하는 것은 구체적인 협상의 조건이었다. 그동안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와 북한의 ‘조건 있는 대화’ 간 간극을 줄이지 못한 셈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으며, 화성-18형 발사에 대해서도 초기 단계로 평가했다. 한반도가 북한의 다양한 핵탄두 탑재 가능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위협에 직면한 반면, 미국 본토는 아직 과녁이 되지 못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유럽의 안보위기와 북한의 핵위협 고조를 명분으로 미국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군사협력의 확대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의 보수정권은 한·미동맹에 강한 친화력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은 안보전략을 바꿔 보통국가를 향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북핵 위기 때마다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국의 전략자산은 중국에 대해서도 영향이 있으며, 중국이 민감해하는 서해와 남중국해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수시로 실시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북핵 문제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남·북·미 관계의 교착과 강대강 대치국면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빠르게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언젠가 미국 본토 공격능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북한의 고조되는 핵위협 때문에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금년 초 여론조사의 경우 국민 4명 중 3명이 자체 핵무장을 지지했다. 2023년 4월 말 현재 바이든 정부의 대북 성적표는 빈칸이다. 그 후유증은 점차 현재화해 한반도를 넘어 결국 최종적으로 미국의 고비용구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익을 위한 ‘행동하는 동맹’?

2022년 12월 바이든 정부의 첫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금년 4월 초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같은 시기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3자회담을 가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을 통해 프랑스가 에어버스 160대를 중국에 팔기로 합의했다. 또한 대중국 매파로 통하는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관여를 촉구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시진핑 주석은 4월 27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협상이 유일한 출구라는 점을 설득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 방문 열흘 뒤 집권정당 연합 소속 프랑스 의회단이 대만을 방문해 라이 칭더 부통령을 면담하고 마크롱의 친서도 전달했다. 이것이 프랑스식 국익외교다.

우크라이나는 중국에 항공모함을 판매하고 각종 군사기술을 제공해 인민해방군 현대화에 기여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 RD-250 로켓엔진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것이다. 그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무기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국제정치에서 영원한 동맹도 적도 없으며 오로지 국익만 있을 뿐이다.

신냉전이라는 용어가 회자될 만큼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미동맹은 오랫동안 한반도의 안보에 기여했으며, 향후에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동맹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험난한 국제정세를 헤쳐나가기 힘들다. 인류가 국가를 형성한 유사 이래 모든 외교의 핵심은 국익이며, 이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 피아를 가리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동맹은 국익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결코 목표가 될 수 없다. 동맹은 국익의 실현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지 국익과 상치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향후 한국 국익을 위한 외교안보의 길을 좀 더 진지하게 모색할 일이다. 미국의 요구를 100% 수용하는 것이 한·미동맹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제 한국은 외교안보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 국익을 실현해 나가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5월 히로시마 G7회의에서 좀 더 성숙한 외교안보의 행보를 보여주어야 하며, 히로시마 한·미·일 정상회담이 실속 없는 가치외교에 봉사하는 것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준비할 일이다.

남·북·미 모두가 엉뚱한 길 위에서 헤매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과 강대 강 대치라는 플랜 A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역할을 제대로 찾고 당면한 국가적 난제들을 헤쳐나가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북한이 파국으로 치닫는 경제를 외면하고 핵무기와 국방력 강화에 자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미래는 어두울 뿐이다. 바이든 정부는 ‘워싱턴 선언’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거나 한국 내 자체 핵개발 여론이 사그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군사적 대치의 장기화는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미의 동상이몽은 한반도 핵위기와 군사적 긴장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자리하고 있다. 시급히 북핵문제 해결의 입구를 형성해야 하며,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채널을 가동해 남북, 북·미간 대화를 재개해야 하며, 한·미가 최고위급 특사 파견을 통해 북한을 견인해내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시급한 것은 남·북·미 모두의 고비용 구조로 작용하고 있는 강대강 군사적 대치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4월 27일 미국 의회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 없는 자유가 있을 수 없다. ‘행동하는 동맹’이 한반도의 평화와 자유를 향해 진정한 행동에 나설 때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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