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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평화재단 현안진단 제303호

도·감청 문제로 삐걱거리는 대통령의 방미 준비

오는 4월 26~27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그런데 그 한 달을 앞두고 갑자기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사임하고 뒤이어 외교비서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경질되었다. 며칠 뒤에는 미 정보기관이 대통령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비서관간의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는 사실이 미국 언론에 폭로되면서 국내외적으로 시끌시끌하다. 문제를 키운 것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이다. 그는 도·감청 사건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진 정황은 없다”, “이 문제는 제3자가 개입됐다”,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평가에 한·미 양국의 견해가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유출된 기밀문건에 대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미 정보당국의 신호정보(SIGINT)에 근거해서 작성한 올해 2월 28일과 3월 1일 자료라고 확인했고,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도·감청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였다. 며칠 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국방 기밀정보를 허가 없이 반출, 소지, 전파”한 혐의로 미국 주방위군 공군정보부 소속의 병사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김태효 1차장의 발언이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피해자인 한국 정부가 가해자인 미국에 항의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싸려 했다는 점에서 대일 굴욕외교를 연상케 했다.

대통령실의 인사 논란과 도·감청 문제 때문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서 우리 국가의 안보, 이익과 관련된 많은 현안들이 걸려 있는 중요한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핵심 현안을 어떻게 처리해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증진시키겠다는 설명보다는 12년 만에 갖는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춰 미 상하 양원의 연설이 어떻다느니 만찬 때 블랙핑크, 레이디 가가 공연이 어떻다느니 지엽적인 사항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려왔다. 이제부터라도 한·미 핵심쟁점을 추리고, 이번 대통령의 방미에서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쟁점들은 크게 경제안보 이슈와 외교안보 이슈로 나눌 수 있다. 경제안보 현안으로는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과 반도체·과학법(CSA, 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한국기업의 피해구제 방안, 한국형 원자로의 체코 수출 승인 문제 등이 있다. 또한 외교안보 현안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 확장억제력협의체 창설 및 한국의 독자 핵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북한의 사이버 해킹을 막기 위한 한·미 사이버 협정 체결, 인도·태평양 전략의 구체화와 관련된 4개국 안보협의체(QUAD) 가입,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무기 지원 문제 등이 있다. 그밖에도 2030년 국제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미국의 지원 확보 등이 있다.

 

경제안보에서 우리 국익의 관철을 최우선해야

경제안보의 첫 번째 현안은 작년 8월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한국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문제이다. 미국은 물가상승 억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IRA를 제정했는데, ‘청정에너지’와 관련한 태양광 패널, 풍력, 배터리 등 에너지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조건 변화와 전기차 보조금 지급정책에서 미국 내 리쇼어링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동맹국 역내로의 공급망 이전을 담고 있어 우리나라의 2차 전지산업과 전기차 수출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현안은 미국의 반도체·과학법(CSA)과 관련해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독소조항을 완화하는 문제이다. CSA에서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되 보조금 신청 요건 가운데 △반도체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내 투자 제한 등 보조금 신청조건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요시설 접근을 허용하고 회계자료를 고스란히 미국에 넘겨야 하며, 중국 내 노후화된 설비의 교체나 증설이 제한받게 된다.

세 번째 현안은 국내의 핵자강력 보유론자들이 주장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문제이다. 국내 핵자강론자들은 당장 핵무기를 만들지 않더라도 일본과 같이 재처리시설을 갖춰 다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해 핵잠재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미 원자력협정은 1956년 체결된 뒤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쳐 2015년 지금의 내용을 갖추게 되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국내 원자력산업의 기틀을 잡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지만, 한국의 독자적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농축을 금지하는 족쇄로도 작용해 왔다. 이번 협정의 유효기간은 20년으로 2035년까지다. 40년 만에 이루어진 2015년 개정 당시에 이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한국원전 수출의 자율성 확대, △20% 미만의 저농축 허용, △파이로프로세싱의 공동연구 등에 만족해야만 했다.

네 번째 현안은 한국형 원자로의 수출 자율성 확대 문제이다. 미 웨스팅하우스와 여러 소송에 휘말려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신고했으나 미 행정부는 ‘미국 법인이 제출해야 한다’며 신고 자격이 없다며 반려했다. 이는 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원자로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한·미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며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공개경쟁입찰 프로세스 참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끝내 미국 측이 동의해 주지 않는다면 체코에 원자력발전소 수출이 불발로 그칠 우려가 있다. 만약 미 웨스팅하우스가 자사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이번 체코 원전뿐만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원전의 수주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방적인 대미 추종은 피해야

외교안보의 첫 번째 현안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미 확장억제력 협의체 창설 문제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국의 3축 체계와 미국의 확장억제력 공약으로 대응해 왔다. 작년 10월의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확장억제의 정보공유·공동기획·공동훈련에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공세적인 핵독트린을 채택하고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와 함께 실전배치 단계에 이르자 국내외에서는 미국 측 확장억제력 공약의 신뢰성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나토식 핵공유에 따른 나토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한·미 확장억제력협의체 창설문제를 논의해 왔고 이번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현안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는 문제이다. 동중국해나 남중국해에서 한국 해군이 항행의 작전에 참여하거나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이다. 지금까지는 제주도 남방이나 하와이 인근의 공해상에서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해 왔다. 일본 해상자위대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2021년 봄부터 ‘항행의 자유 작전’(FONOP)에 참가해 왔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국제해양법에 근거하지 않은 권한을 주장하는 외국에 대해 미국이 해당 국가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해당 해역에 미 군함을 보내 통과하는 군사 작전이다. 윤석열 정부가 인·태 전략을 수용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FONOP에 참여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현안은 한·미 사이버협정을 체결하는 일이다. 국제사회의 각종 대북제재 속에서 북한 정찰총국이 사이버해킹을 통해 2022년 한 해 동안 2조 1,783억 원(약 16억 5,050만 달러)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안보협력의 범위를 기존의 육·해·공 및 우주를 넘어 사이버영역으로까지 확대해 사이버정보의 공유와 첨단 사이버기술의 공동개발을 추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하는 ‘파이브 아이 플러스(Five Eye plus)’ 참여는 파이브 아이가 앵글로 색슨계 국가들만 참가하는 조직인 만큼 현 단계에서 한국의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한·미·일 사이버동맹을 제안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네 번째 현안은 한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3만 발을 제공하는 문제이다. 현재 한국은 총탄·포탄·폭탄과 같은 한반도 전쟁예비탄약(WRSA-K)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이미 미국에 포탄 10만 발을 수출한 바 있다. 이번에 미 언론이 폭로한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해 우크라이나에게 직접 포탄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사안을 두고 이문희 외교비서관(당시)이 정부의 ‘살상무기 제공 금지 원칙’을 공식 파기하고 한국이 직접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자고 제안하자, 김성한 실장(당시)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과 무기제공을 거래했다고 비난받을 수 있다며 폴란드에 수출하고 폴란드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우회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들

국가간의 정상회담은 아주 예외적으로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담판을 짓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정책실무자들 사이에서 사전 조율을 통해 회담 이전에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 초안을 준비한다. 그런 점에서 본 <현안진단>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합의해야 할 사항과 합의해선 안 될 사항에 대해 적시하고 이행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무엇보다 인플레감축법(IRA)에서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예외조치나 제한 완화를 인정받느냐 여부다. IRA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에 의해 조달된 광물이나 부품이 조금이라도 존재할 경우 처음부터 세액공제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한·미 FTA 통상규범의 위반 소지가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산 광물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제2차 전지 산업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완화 내지는 예외 조치를 얻어내야 한다.

올해 3월 22일 발표된 반도체·과학법의 가드레일(Guardrails) 조항은 기업들이 지원금을 다른 나라에서 사용해선 안 되며 10년 동안 외국 반도체공장에서 생산능력을 5% 이상 늘리거나 10만 달러 이상 거래하지 못하며, 기존 반도체공장에서 새로운 생산라인의 추가나 생산능력 10% 이상 확장이 금지된다. 가이드레일의 발표로 중국과 미국 양측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이 활동할 수 있게 얼마간의 숨통이 트이기는 했다. 하지만 타국 공장 증설의 조건이 생산능력의 5% 이하로 제한되어 있어 이를 상향시켜야만 한국반도체의 활로가 열린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재처리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면 이번 방미의 최대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미 행정부가 거부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수출이 제약받지 않도록 바이든 대통령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내야 한다. 이와 별개로 AUKUS 동맹에 가입한 호주처럼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도록 미국의 동의를 얻을 경우도 외교안보 상의 성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내세웠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등 신산업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자국 기업의 편을 들고 있어 한국형 원전의 체코 수출이 어렵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회에 윤 대통령은 체코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한국형 원전의 수출이 제한을 받지 않도록 바이든 대통령에게 확실한 보장을 받아와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사이버 안보협정에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에 대한 도·감청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필요가 있다. 공식적·공개적 확약이 어렵다면 이에 준하는 별도의 방안도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국민들의 자존감을 바탕으로 한·미 동맹의 신뢰가 흔들리지 않고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선 안 될 일들은 무엇인가?

첫째, 바이든 대통령이 아무리 강력하게 요구하더라도 대중 반도체 독자제재에 동참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중국에 첨단반도체 장비 23종에 대해 수출을 규제한다고 밝히자, 중국 정부가 전기차와 풍력발전용 모터 등에 필요한 고성능 희토류 자석 제조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와 제2차 전지의 핵심원료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반도체 시장의 최대 고객이 중국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윤 대통령은 ‘살상무기 제공 금지 원칙’을 어겨가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직접 포탄을 제공하기로 합의해서는 안 된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목표겠지만, 한국은 긴 안목에서 휴전 이후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일본도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며 각종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사할린 가스전 1,2호 사업 참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영악함을 보이고 있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의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 요구에 섣불리 합의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의 체결이나 현재 추진 중인 한·미 확장억제력협의체와 한·미 사이버협정 등에 일본을 포함하는 확대 방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일 안보협력이나 일본이 포함된 3국 안보협력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아니라, 한·일 또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부당한 독도영유권 주장이나 북한영토에 대한 영토고권 부정에 맞서 한국 국익에 입각해 협상하고 관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먼저 합의해 놓을 경우, 일본 정부가 한·미 합의를 빌미로 한국 측의 양보를 압박할 경우 한국이 대일 협상에서 번번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총력전, 대중 포위망 구축과 같이 새로운 국제질서의 재편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을 자기 진영으로 확실하게 묶어두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번 방미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빈’ 방문임을 부각시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에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국익’의 확보 여부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국빈’의 허울에 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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