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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결의 최전선이 된 한반도, 국가 대전략이 절실하다평화재단 현안진단 제302호

분주한 동북아시아 지역

동북아 지역이 분주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월 10일 전인대에서 3연임을 확정지은 후 러시아를 첫 해외방문지로 택했다.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서방 언론들은 현찰이 급한 러시아가 중국을 보스로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우려했던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군사 지원 언급은 없었지만, 국영 원자력 발전기업 로사톰과 중국 원자력청(CAEA)이 고속 중성자 원자로와 폐쇄형 핵연료주기 개발을 위한 장기협력 프로그램 계약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발전을 위한 원료 확보가 내용이었지만, 미국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양산하기 위한 거래라고 보고 있다. 또한 공동성명에서 이례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뤘다. 북한의 도발은 미국 때문이며, 미국이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마치 한국전쟁 당시 중·소의 협력구도가 재연되는 듯하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에 맞대응하는 군사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과시하듯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을 북한 전역에서 발사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핵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을 선보였고, ‘화산-31’로 명명된 핵탄두의 실물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핵전술의 고도화를 과시하고 있다. 북한, 중국, 러시아 모두 핵카드를 건드리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중·러 정상회담에 하루 앞서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G7 의장국이면서 가장 늦게 방문했지만, 시기상 중·러 정상회담을 겨냥한 행보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 시기에 맞춰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 열도에 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여 ‘통 큰 외교’로 한·일 정상회담을 마쳤다. 3월 29일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등 5개국 정상이 공동 주관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한·미 연합훈련에서 5년 만에 대규모 야외훈련이 부활했다. 3월 13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 ‘자유의 방패’ 훈련에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대거 참여하면서 2018년 이후 중단됐던 대규모 야외 실기동 훈련이 실시됐다. 연이어 20일부터는 연합상륙훈련 ‘쌍룡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의 일부로서 ‘결정적 행동단계’를 수행하여 상륙작전의 수행 능력을 과시했다.

 

분명해지고 있는 북한의 생존전략

북한의 식량문제가 심각하다는 국내외 언론보도나 연일 식량증산을 강조하는 북한의 행태를 보면 북한의 식량부족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물론이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봉쇄의 장기화, 매년 계속되는 자연재해 등으로 북한의 식량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연일 값비싼 비용을 들여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조금만 더 압박하면 북한은 버티지 못하고 대화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비웃는 듯하다.

경제 측면에서 과거와 달라진 두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북한 식량문제를 보는 시각이다. 북한의 식량 부족은 분명한 사실이다. 1990년대 식량난이 있던 시절은 공급 부족에 기인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북한은 식량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에 고착되어 있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의 식량문제는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즉 경제문제가 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식량이 부족해서 배급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 식량을 사먹지 못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북한의 연간 알곡 생산량은 대략 450만 톤 전후로 추정된다. 북한 주민들이 하루 400~500그램의 알곡을 소비할 경우 하루 1만 톤, 일 년 365만 톤이 필요하다. 여기에 공업원료와 종자 등을 더하면 연간 450~500만 톤 정도면 최소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북한에서 시장은 일상이 되었다. 북한 주민들은 시장에서 돈 주고 식량을 구입한다. 그런데 최근에 식량을 구하지 못해서 길거리에 나앉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 이유가 식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소득이 없어서 식량을 구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랜 국경봉쇄로 인해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북한은 국경만 열리면 지금의 식량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북한 경제는 최소한의 경제교류로도 돌아간다는 점이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내세우고 있다. 대외의존도를 최소화한다는 의미다. 2000년대 이후 북한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대략 30% 가까이 높아졌지만, 대부분 중국에 대한 의존이었다. 중국의 국경봉쇄와 경제제재 동참으로 인해 대외의존도는 급격히 떨어졌고, 북한 경제는 침체를 지속해 왔다. 그런데 최근 중국과 러시아 접경지역에서 경제교류의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 생산한 물자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국경봉쇄로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해외체류자들이 귀환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한다.

외부와의 경제교류를 차단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는 지속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 러시아 및 권위주의 국가들은 대북 경제제재를 강하게 이행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유엔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북한은 미·중 대결구도 속에서 권위주의 국가들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대외의존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기대도 접은 것으로 보인다. 2022년 8월에 채택한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을 보면, 괴뢰 사상문화전파죄와 적대국 사상문화전파죄를 다룬다. 괴뢰는 한국이고, 적대국은 미국일 것이다. 그런데 괴뢰 사상문화전파죄는 적대국의 것에 비해 형량이 2배다. 김여정 부부장은 그의 담화에서 남한이 주적이며, 언제든지 핵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남한의 지원에 익숙해 있던 대남담당 기관들도 남한에서 들어오는 물자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은 자신들이 전략국가임을 자처한다. 핵을 보유한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략국가라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우니 북한 주민들, 특히 상업과 연계된 중간계층들의 불만이 누증되고 있지만, 전략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시련이라며 주민들의 결속을 강제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조금만 견디면 국경이 열리고 경제문제는 풀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국경이 조금씩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생존전략은 과거와 같은 벼랑끝 전술이 아니라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진영논리 속에서 권위주의 진영의 전략국가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다. 물론 그 전략이 현실성이 있는지는 다음 문제다.

 

한반도 미래 발전을 이끌 대전략 하에 외교통일정책을 재점검하자

미·중의 대결구도는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할 의지를 다지면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을 중재하고 나섰으며, 중·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전략관계를 과시했다. 과거 중국과 소련관계는 순탄한 관계는 아니었다. 소련의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을 활용했다. 중국의 탈권위주의를 기대하며 글로벌 경제체제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권은 무너졌다. 양국 관계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들이 다시 손을 잡았다.

북한 역시 중국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북한은 중국에 대해 ‘완충지대론’을 내세워 왔다. 중국의 접경지역에 미군이 주둔할 경우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을 북한이 대신해 주고 있다는 논리다. 중국의 대북지원은 완충지대에 따른 정당한 대가 지불이라는 주장이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장성택 처형과 함께 북·중 관계의 교류는 단절되다시피 했지만, 중국은 경제제재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창이던 시기에 갑자기 중국은 대북 경제제재에 동참을 선언했다. 그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표면적으로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처럼 연출됐지만, 실상은 북한이 완충지대론을 폐기하려는 조짐에 대해 중국이 적극 반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방문 요청에 북한이 응한 것이라는 것이 북한 측의 주장이다.

지금 한반도는 다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삼각 접점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과거의 역사는 이러한 구도가 얼마나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냉전의 시작과 남북한 분단, 수십 년에 걸친 남북한 대결 구도와 이를 이용하는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등이 한반도의 현대사를 이끌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이러한 불안정한 구도 속에서 자신들의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히려 대결구도를 선명히 함으로써 과거 냉전 시절의 안정을 추구하려고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권이 붕괴된 이후 수년간을 ‘고난의 행군’ 시절이라고 말한다. 북한이 안주했던 사회주의 진영이 소멸됨에 따른 어려움을 다시는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다. 과거의 냉전 구조 속에서 북한이 안정을 추구했던 진영논리의 재편 과정에서 1990년대식 고난의 행군이 재연될 수 있을 것임을 북한 주민들에게 예고한 것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와 격변을 관리하고 미래의 방향을 장기적으로 이끌어 나갈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당장의 미시적인 수요에 급급하여 미래의 방향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많은 의문과 질문들을 제기해 본다. 적어도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하기 위해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전략적 틀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벼랑끝 전술에 의존하던 과거의 북한을 기준으로 전략적 틀을 짜서는 안 된다. 북·중·러 삼각구도에 안주하려는 북한을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통 큰 외교’를 한 것과 같이 북한에 대해서도 ‘통 큰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이라도 치밀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수십 년을 내다보는 대전략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외교통일정책을 재점검해야 하며, 그래야 외교적 난맥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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