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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용서를 구하면서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민간인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랜동안 마음에 맺혔던 체증이 다소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다. 1심의 결과여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승소했다는 소식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하게 되는 증좌로 보인다. 한국의 법관 중에서 이렇게 용기있게 판결을 내려주신 분이 있다는 것도 기쁘다.

필자는 중학생 때 베트남이 프랑스를 상대로 싸워 승리한 것을 신문을 통해 알았다. 2차 대전 때 물러났던 프랑스가 다시 베트남으로 들어온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프랑스군은 크게 패몰했고 이를 계기로 베트남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를 이어 미국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여 베트남을 침략했고 전쟁이 수렁에 빠지자 한국군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질렀다는 ‘만행’에 대해서는 풍문으로만 들었고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파월 미군이 작성한, 베트남에서 행한 한국군 활동 자료를 지인을 통해 얻게 되면서 어느 정도 그 사태를 파악하게 되었다. 문민정권이 들어선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정부요로들을 만나 베트남이 우리에게 요청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베트남에 용서를 구하고 거기에 따라 실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때는 문제해결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고위층을 만나 나름대로 건의한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말에 수긍은 하면서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을 강점한 일제가 ‘일본군위안부’ 등 한민족에 가한 학대와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서 분노하고 끊임없이 그 책임을 물어왔다. 그런데도 우리가 베트남에서 저지른 반인권적 반생명적 행위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는 우리 스스로의 이중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민족적 모순에 대해서 남의 책임은 끈질기게 묻고 내 책임은 묻어버리려는 작태 아닌가. 필자가 당국자를 설득할 때, 우리가 일본을 향해 정당하게 책임을 물으려면 우리가 먼저 베트남에 행한 반인권적 행위들에 대해서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한편 보상과 배상을 먼저 해야 한다고 권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적거리다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의 박진수 부장판사는 좁은 의미의 ‘국익’을 넘어서서 인류보편적인 정의에 입각해서 용기를 낸 것으로 생각하며 감사한다. 이런 판결이 정의를 통한 국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법적 조치를 통해 배상이나 보상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간운동의 차원에서도 베트남에 사죄하는 운동이 일어났으면 한다. 이런 문제와 관련, 필자는 지난 세기 말에 개인적으로 베트남에 사죄하는 방안을 강구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필자의 수상집 『역사의 길, 현실의 길』(푸른역사, 2021) 170-174쪽에 실린 ‘베트남에 용서를 구하는 운동’이란 글이 부족하지만 그런 작으마한 시도를 적은 것이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만열  mahn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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