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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면 통일이다!

“오고 가면 통일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힘써 온 단체들과 이러 저러하게 협력하는 필자가 건배사를 할 때 자주 쓰는 문구이다. 오랫동안 현실적인 통일 담론을 제시하고자 씨름하던 차에 떠오른 구절이다. 남북이 독립적인 정부 수립 후 경쟁적으로 내세웠던 통일론은 정치적 헤게모니 장악을 염두에 두었기에 전쟁으로까지 치달았다. 북의 남조선 혁명론과 남의 북진통일론은 모두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 방식의 통일론이었다. 전쟁의 참화를 겪고 나서도 자력으로 전쟁을 끝맺지 못하고 있는 남과 북은 첫 단추를 다시 채워가야 한다. 남북관계의 회복은 북미관계를 견인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가능하다. 올해는 휴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해이다. 전쟁을 끝내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다른 길은 없다. 수없이 미끄러졌지만 남북 화해와 관계 개선이 먼저다.

우리에게 새로운 통일방안이 필요한가? 먼저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으로 자리 잡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살펴보자. ‘교류협력-남북연합-완전한 통일’의 3단계를 상정한 과정론임을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남북이 다시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길이 철저하게 막혔기 때문이다. 교류협력이 회복되면 그 이후의 단계는 남북연합의 현실화이다. 유럽연합과 같이 정체(政體)를 달리하는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세워나가는 경로이다. 남북은 이미 6.15 남북공동성명 제2항에서 북의 ‘낮은단계 연방제’와 남의 ‘연합제’가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그 위에서 통일을 추구해 나가기로 했다. 북에서는 우리와 달리 전대 수령들의 남북합의를 지키지 않을 수 없다. 노태우 정부-김대중 정부-노무현 정부-문재인 정부가 성사시킨 남북합의를 일관성 있게 실천할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은 그동안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경협사업을 통해 경제공동체 구축의 길을 걸어 봤다. 소중한 자산이다. 독일통일의 설계자 에곤 바도 “한국형 통일 모델은 개성공단”이라며 개성공단의 역할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준비과정에서부터 독일통일 사례를 참고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통일은 과정이다”라고 천명했다. 통일은 도둑같이 온다는 말에 대응되는 말이다. 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미국의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이었던 ‘페리 프로세스(Perry process)’도 기안한 바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통일과 북핵 문제는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처럼 연계되어 있다. 현재까지 쌓인 역사적 경험은 충분하다. 한반도 평화를 완성하고 남북이 상생함은 체제 통합보다 중요하다. 북의 김정은은 이미 Two Korea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듯하다.

2014년 7월 발표된 공화국 성명에서 “북과 남은 련방련합제 방식의 통일방안을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공존, 공영, 공리를 적극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낮은단계 연방제’를 보다 구체화해서 ‘련방련합제’로 제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 전문에서는 당의 목적을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 과업 수행’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 실현’으로 바꾸면서 철칙처럼 여겼던 ‘혁명 과업’을 삭제했다. 북의 남침야욕이라는 안보 불안증에 시달려 온 우리 국민들에게 이 작은 변화는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를 거쳐 벼랑 끝에 서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는 북을 이해한다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최고지도자로서 김정은의 관심은 ‘인민대중제일주의’에 쏠려 있다. 북의 인민이 잘 먹고 잘사는 문제가 가장 큰 과제이고 이를 위해 미국과의 핵 담판도 시도했던 것이다.

미 하원은 2022년 12월 117대 의회에서 민주당 그레이스 멩 의원과 공화당 밴 테일러 의원이 공동 발의한 북미 이산가족 상봉법안을 채택한 바 있다. 2023년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인도·태평양 소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한국계 공화당 영김 의원은 2월 14일 민주당 시드니 캠라거-도브 의원과 함께 미북 이산가족 상봉지지 결의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앤디 김과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공화당 미셸 박 스틸 등 한국계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참여했다. 결의안은 국무부가 관련 정책을 마련하여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한국 정부와 협력하여 앞으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추진시 한국계 미국 시민을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찍이 2007년 상하원에서 통과된 바 있는 재미 이산가족상봉법안은 실행 시기를 놓쳤었다. 2009년 재차 법안이 추진되어 재미 이산가족 대사로 로버트 킹이 임명이 되기도 했고, 2012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가족명단을 북한에 발송하기도 했지만 역시 김정일 사망으로 무효화됐다.

한편, 통일부 산하의 남북이산가족협회 류재복 회장은 2022년 11월 북의 통일전선부 산하 단체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2023년 2월 10일 통일부에 방북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2월 14일 영김 의원의 결의안 발의와 동시에 이산가족상봉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 정부가 방북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철문처럼 닫혀 있는 남북관계에 실낱 같은 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인도주의적 차원의 접근부터 개시한다면 엉킨 실타래를 풀어갈 길이 분명 있을 것이다.

800만에 이르는 난민을 발생시키며 1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는 우쿠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튀르키에, 시리아 지진으로 더욱 흉흉해지고 있는 오늘날 국제사회 속에서 남북미 이산가족들의 만남은 따뜻한 인류애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 일깨우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의 조속한 조치를 기대한다. 통일을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오고 가게 하라!

윤은주/ 뉴코리아 대표, 외교광장 부이사장, 북한학 박사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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