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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회의론 속 독자 핵무장론 다시 솔솔[한반도 리뷰]
핵심요약
北, 핵보유 '불가역적'으로 못박아…미중경쟁에 안보 환경도 급변
북핵 고도화로 확장억제 신뢰 의문시…美 우선주의도 변수
한국뿐 아니라 美서도 지지 목소리…11월 '핵자강포럼' 발족
'NPT 10조' 예외조항에도 현실성은 글쎄…실현돼도 핵공포 여전

30여년에 걸친 북한과의 핵 협상이 온갖 시도와 해법에도 매번 좌절되면서 자위적 차원의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 핵에 맞서 한국도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존에도 심심찮게 제기돼왔지만 이번엔 성격이 좀 다르다.


北, 핵보유 '불가역적'으로 못박아…미중경쟁에 안보 환경도 급변



우선 북핵 협상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북한은 그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비핵화 협상 자체를 반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핵을 '국체'로 표현하더니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선 아예 법령을 통해 핵보유를 '불가역적'이라 규정했다.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2018년 3월 남측특사단 면담)던 조건부 비핵화론에서 핵 포기 불가론으로 바뀐 것이다.

협상을 통한 비핵화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미 양국은 2018년 김정은-트럼프 담판에서 분명 건곤일척의 역사적 기회를 잡았지만 이듬해 통한의 '하노이 노딜'로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지금 북한이 내뿜는 독기에는 그 반감도 실려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다시 미국 측에 차려지겠는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했다. 북한은 미국과 완전히 틀어졌다.

여기에다 갈수록 격화되고 장기화되는 미중 전략경쟁과 신냉전 기류는 한반도 정세에 더욱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든든한 뒷배로 삼아 이참에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더 공고히 하려 할 수 있다.


북핵 고도화로 확장억제 신뢰 의문시…美 우선주의도 변수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핵 위협 강도는 훨씬 높아졌지만 한미 양국의 대응은 기존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정부는 미국 본토 전략자산의 신속 전개를 기반으로 하는 '핵우산'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한미는 5월 정상회담에서 외교.국방(2+2)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조기 재가동하기로 했고, 오는 16일 3차회의를 약 5년만에 재개한다.

하지만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이미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으로 발전한 상황을 감안하면 확장억제의 신뢰성은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시킬 수 있는가'라는 61년 전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고전적 명제가 지금도 유효한 것이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시 "(전쟁이 나서) 수천명이 죽더라도 거기서(한반도에서) 죽지 여기서(미국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며 동맹을 노골적으로 경시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패권국가의 책임과 여유마저 잃은 미국의 이런 태도는 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른바 전기차 보조금 '뒤통수' 논란에서 보듯 크게 다르지는 않다.

경제동맹마저 믿음이 흔들리는 판에 하물며 국가 존망이 걸린 안보를 어떻게 전적으로 의탁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한미 확장억제는 나토식 핵공유에 비해서도 신뢰성이 낮다. 그런데도 영국과 프랑스는 나토식 핵공유조차 믿기 힘들다며 자체 핵무장에 나선 것은 확장억제의 실체를 냉정히 바라보게 만든다.


한국뿐 아니라 美서도 지지 목소리…11월 '핵자강포럼' 발족  



이처럼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이 진지하게 거론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선 비교적 일찍부터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해온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을 비롯해 박용수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 이대한 디펜스뉴스 한반도담당특파원 등이 있다.

최근에는 노태우 정부 북방정책을 주도했던 박철언 전 정무장관도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는 방편으로 핵개발을 주장했다.

정 센터장은 이르면 11월쯤 관련 전문가, 문화예술계 인사 등과 함께 '핵자강전략포럼'(가칭)을 발족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유명 영화감독 등도 참여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센터장은 "핵 비확산론자들의 이상적이고 비현실주의적인 주장에 대한 환상에서 신속하게 벗어나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깨어진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결단을 너무 늦지 않게 내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다트머스대 교수가 지난해 10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했다.

이들은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의 핵심 정책에 어긋나기 때문에 확실히 미국이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맹의 약화된 기반을 고려하면 최고의 방향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최승환 일리노이대 교수는 지난 7월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에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책임 이양 전략'(buck-passing strategy)을 제언했다.

미국은 동맹에 안보 무임승차를 허용하기보다 부유한 아시아 동맹국이 세계 경찰의 역할을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여기에는 일본이 한국보다 더 믿을 만하다면서 과거 한국의 비밀 핵개발 사실과 중국에 대한 미덥지 못한 시각 등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미국 내에선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찰스 퍼거슨 미 과학자협회(FAS) 회장, 아서 웰든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등도 한국 핵무장에 우호적 발언을 한 바 있다.


'NPT 10조' 예외조항에도 현실성은 글쎄…실현돼도 핵공포 여전



물론 독자적 핵무장은 여전히 현실성이 낮고, 설령 실현되더라도 안보 현실이 반드시 개선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핵확산방지조약(NPT)을 위반하고 국제질서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미국 등 서방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통상국가인 한국 경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만난을 무릅쓰고 핵무장을 한다고 해도 오히려 동북아의 핵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핵전쟁 발발 위협마저 높일 수도 있다.

물론 NPT 10조는 비정상적 상황으로 인해 자국의 핵심이익이 위협당할 경우 탈퇴할 권리를 부여한다. 이는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한국이 북한으로 인해 직면한 상황과 정확히 부합한다.

일각에선 한국과 일본의 동시 핵무장, 또는 순차적 핵무장을 통해 국제사회의 압력을 완화하는 보완책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하고 있다.

한국의 핵무장이 역내 핵경쟁을 부를 것이란 우려와 관련해서는, 이미 가열되고 있는 군비경쟁에 비춰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북한으로선 한국이 강력한 재래식 전력에 이어 핵무장까지 한다면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use-it or lose-it)이 되고 마는 선제 핵사용의 유혹이 커질 수 있다.

결국 '공포의 핵균형'을 통한 평화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공포'가 상존하는 암울한 현실이다.

또한 만에 하나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그 참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어느 쪽도 쉽지 않는 선택이지만 그나마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사실상 '전략적 인내'를 이어가며 북한의 대화 복귀를 마냥 기다리다가는 우리가 결정하기 전에 상황이 우리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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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노컷뉴스에서 미디어N을 통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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