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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의 한·중관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79호

동요하는 국제질서와 불안정한 한반도

세계는 지금 여러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 코로나의 비전통 안보위협, 우크라이나전쟁의 지정학 리스크, 미·중 대결의 신냉전식 경쟁이 혼재중이다. 과연 세계는 대전환기에 들어갔는가? 아니면 대격변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가? 하지만 이런 표현들은 기존 판이 엎어지고, 새로운 판이 깔린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실제로 그러한가? 아직 단정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며 좀 더 관망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대동요’ 단계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진영 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우리가 이를 신냉전이라고 부르고자 한다면 가치와 이념 대결에 따른 국가들의 이합집산이 일어나 무력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충돌이 빈번하게 나타나야 한다.

지난 3월 2일 유엔 총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대러 전투 중단과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지지, 채택했다. 유엔 193개 회원국 가운데 141개국이 결의안을 지지했고, 반대는 5표였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기권 35표였다. 141:5로 보이지만 정확히는 141:40이며, 적어도 20% 넘는 국가들이 반대편에 서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미국의 동맹국들이 절대적 다수이기는 하지만 반대편과 중간지역에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자리하고 있다. 국력의 총합에서 미국을 위시한 민주진영이 이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고, 세계가 우경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힘의 균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유라시아대륙의 정반대편, 한반도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미국이 중국에 군사적 우위를 가지지만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지에서 직간접적 무력충돌을 피하고 있다. 신경제, 신기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하지만, 중국과의 오랜 상호의존적 경제관계를 한 번에 단절하기가 쉽지 않다. 인권과 가치공세의 연성외교 및 인도태평양, 쿼드, 오커스 등 지역 맞춤형 연계전략으로 중국을 고립시키려 하지만 중국은 개별 국가와의 양자관계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일대일로 같은 경제협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와 핵실험 준비 동향으로 한반도를 긴장시키는 가운데, 중·북·러 대 한·미·일 간 구냉전적 대결구도 가능성이 내다보이면서 우리의 안보환경에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낙관적이지 않은 신정부의 대중정책

지난 대선 과정에서 양당 후보의 대외정책과 관련한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오는 5월 출범하는 신정부의 대외정책에 국내외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의 발언이나 인수위에서 밝히고 있는 신정부의 대외정책은 현 정부의 입장과는 크게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중(對中) 정책은 가장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신정부의 건설적 관계 유지 표명과는 무관하게 향후 5년 한·중관계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3월 11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윤석열 후보의 당선 직후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통해 보내온 축전에서 한·중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3월 25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예정에도 없던 전화통화에서도 상호존중과 정치신뢰, 민간 우호 증진으로 한·중관계를 안정적으로 지속하자는 뜻을 밝혔다. 특히 양국관계의 지리적 근접성, 경제적 보완성, 문화적 유사성, 국익의 보완성 등이 강조되었다.

이렇듯 중국은 한·중관계가 잘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믿고 싶은 것인지 우호적 시그널을 계속 발신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당선인의 한·중관계 중시 발언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심리적 거리감은 여전하고 오히려 멀어질 가능성마저 보인다. 당선인의 한·미동맹에 기반한 상호존중과 호혜적 관계 발언은 지난 5년 한·중관계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불만을 어떤 식으로든 대변하고 있다.

당선인이 대선 경선과정에 언급했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배치를 집권 이후에 꼭 실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동맹 차원에서 한·미, 한·미·일과의 안보협력이 많아지면서 중국의 핵심이익과 배치되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할 것 같다. 예로 쿼드에 참여하는 항목과 범위가 늘어날 것이다. 단 연성 이슈를 넘어 경성 이슈들까지 호응하게 되면 중국과의 갈등 상황이 더욱 빈발할 것이다. 대북정책까지 공감대가 줄어들면 한·중 간 협력의 공간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4월 7일 ‘한·중 전문가대화’ 기조연설에서 “사드라는 단어가 한·중관계의 ‘민감한 단어’가 되었다. 사드로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중관계가 정상궤도를 회복하기는 했으나 아직 그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양국은 다시는 그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드가 여전히 양국관계를 저해하는 명분임을 말해주며, 중국은 한·미·일 연합전선에서 한국을 전략의 주공 포인트로 삼겠다는 의도이다.

 

한·중 상호존중과 협력,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 5년 한·중 양국은 서로 조심스러워하는 관계였다. 한국은 지난 5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북한과 미국에 ‘올인’한 관계로 사실 한국외교에서 중국은 우선순위가 높지 않았고 중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도 않았다. 향후 5년, 한·중이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에게 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호 과도한 기대를 자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중국은 먼저 신정부의 대북정책이 ‘평화’프로세스가 아니라 ‘비핵’프로세스를 우선하는 입장임을 직시해야 한다. 남북한의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할 수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이 남북 화해프로세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력한다면 한·중관계를 정상궤도로 올리고 안정화시키려는 자세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신정부의 대중정책이 ‘원칙’과 ‘호혜’에 방점이 찍혀 있음에 주목해야 하며, 한국을 밀면 밀린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요청’하는 형식이어야지 ‘요구’해서는 진의를 평가받지 못한다. 신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동맹 기조라 국민들의 반중 정서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한국은 한국대로 지극히 해결하기 어려운 한반도 비핵화의 모든 책임을 중국에 돌려서는 안 된다. 한국은 남북한 사이에서 중국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겠지만 국익우선주의에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며, 이런 상황에서 더더욱 중국이 북한과 척을 지면서 나설 동기와 의무는 없다. 북한의 비핵화와 도발 억지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 스스로 방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한·중관계를 양국 또는 한반도차원을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양국관계의 글로벌 협력동반자관계로의 격상에 맞춘 협력이 필요하다. 양국 간의 ‘민감한’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적지 않음을 인정하되, 글로벌 협력동반자관계의 틀 속에서 상호포용의 자세와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의 마련이 필요하다.

 

전략적 모호성의 의미와 유효성

신정부 5년 동안 국내에서는 대미(對美), 대중(對中)정책을 두고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선명성 사이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 본인 스스로 전략적 선명성을 더 선호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강화 기조가 무게가 실린 채 계속될 것이며 한·중관계는 긴장과 소강 모습을 자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꼭 양자택일할 필요는 없다. 전략적 모호성 유지 시에도 선명성을 취할 수 있고, 전략적 선명성 선택 시에도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야 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대미 전략적 선명성을 선택할 때, 중국으로부터 오는 많은 ‘비용’을 감내할 수 있을지, 즉 중국 없이 대북정책을 자신할 수 있을지, 중국의 대한(對韓) 유형·무형 경제압박을 견딜 수 있을지,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전면적인 심적·정책적 지지를 할 수 있을지, 그런 확신감과 자신감이 설 때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해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양자의 유연한 통합적 운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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