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설
정권과 평화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20대 대선(大選)이 24만여 표차로 야당이 이기며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와 가족의 비리나 탈법에 대한 주장과 홍보가 많았고 수사비리, 대장동 의혹 등 부정적 선전과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를 높이려 상대방을 비방하는 언행이 난무했다. 물론 일부 후보에게서는 미래지향적 대안과 비전의 제시도 있었고, 경제와 코로나, 페미니즘 갈등, 남북(안보)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안제시도 있었으나 그 관심과 영향력은 적었다.

근대 이후 공화정의 나라에선 선거에 의해 대표나 지도자를 선출해왔다. 17세기 이후 대의제가 등장한 후 대중은 선거(選擧, election)에 의해 대표자나 지도자를 선출하며 주로 투표를 통해 진행된다. 선거는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의 네 가지 원칙으로 진행된다. 이번 대선은 상대방의 비리와 잘못을 확대, 과장하는 네거티브가 주조를 이루었고, 일부 정책에 대한 TV토론이 있었으나 정책토론은 약하고, 후보와 가족 비리를 들추는 언행과 언론보도가 주류였으며, 야권에서의 정권 교체와 여권에서의 정치 교체 담론이 충돌하였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대 득표에 머물며 자신이 주장한 다당제논의나 그 효과는 거의 없고, 단지 진보성향 80여 만 표를 얻어 24여 만 표차로 윤석열 후보 당선에 일등공신이라는 비방을 받기도 하였다. 젠더 갈라치기와 선거에 간과되던 2030 여성들은 국민의힘의 ‘혐오정치’를 심판하며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소통을 거부하면서 상대방을 물어뜯으려고만 하는 좀비 정치”(강준만), “합리적 논쟁이 사라진 정치, 불모의 흥분 상태가 지배하는 정치, 파당적 싸움만 있는 정치”(박상훈) 등의 비평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졌다. 지역별 분열에다가 성별·세대별 분열까지 더해졌다.

정치 진영에 따라 나의 허물은 눈 감고 상대의 허물은 키웠고, 남을 비방하기 위해서는 없는 것까지 억지로 만들어 내려고 했다. 의회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유권자는 정당 대신 인물에게서 탈출구를 찾아 정치가 개인화되고,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 간에 정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하였다. 언론에서도 전통적인 매체보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플랫폼이 정치적인 의사소통에서 유권자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였지만 큰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대선에선 남북 평화와 통일 등 민족적이고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 등을 포괄하는 정책 제안이 부족했다. 단지 대북 선제타격, 한미동맹 강화, 북핵 해결, 사드(THAAD) 추가 배치 등의 대결적 논의만 있었다. 

남북평화와 교류는 정권의 문제이지만 그보다 민족의 문제이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지난 1972년의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역대 정권의 다양한 남북교류와 평화 정책은 냉온(冷溫)과 단속(斷續)을 이어왔다. 남한과 북한의 정권 안정을 위해 남북분단을 고착화하거나 대립의 강도를 높이기도 하고, 심지어 선거에 임박해 북풍과 총풍을 일으켜 유리한 선거 국면을 만들려 했다. 7.4 남북성명으로 북은 필생의 숙원사업인 김정일로의 후계 구도를 완성하고자 했고, 남한은 유신정권으로 영구 집권을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후대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있다. 전두환 정권에서의 남북 대결과 노태우 정부에서의 북방정책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였고, YS 문민정부 때 남북 긴장 속에도 김일성과의 대화 노력 등은 평가되고 있다. DJ의 국민의정부에서 남북정상 회담과 6.15 공동선언,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10.4 선언 등으로 이어진 남북대화는 MB 박근혜 정부에 와서 파탄나고 만다. 문재인 정부에 와서 다시 4.27 선언과 평양선언 등의 쾌거를 이루었지만, 북미의 하노이 회담 실패로 다시 긴장과 제재의 국면이 지속되고 남북의 교류는 제한되고 있다. 

대선 중에도 남북대화, 교류 및 평화에 대한 논제는 공약에서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정권의 변화나 교체와 무관하게 한반도가 지금 숙명적으로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핵심적 과제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의 구축과 확장의 문제다. 남북 정권의 변화는 물론 미·중 간의 격돌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한반도 평화는 영향을 받는다. 

평화와 통일은 남북한이 가야 할 민족의 대도(大道)이며, 이를 위한 일관된 정책을 유지, 추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큰 과제다. 분단 70여 년이 지나 100년, 200년 갈등과 분쟁으로 남북이 대결하며 살아갈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 몰라도, 남북 교류와 평화 공존은 민족의 절체절명의 숙명이다. 한 철학자의 주장처럼 문재인 정부 초기의 절호의 시기에 남북간의 교류의 정도를 높여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단계적으로라도 재개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고 통탄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시간이 얼마 걸리더라도 남북한의 분단과 단절을 뛰어넘어 소통과 교류를 통해 평화공존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모든 정권의 근본 방향이 되어야 한다. 새 정부도 한 민족이 공유하는 남북 평화와 상생 공존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가치와 남북 정책의 기본을 지속,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가까이 오사 성을 보시고 우시며 이르시되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겨졌도다”(눅 19:41~42)란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에겐 숨겨진 평화의 참 의미를 다시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김홍섭/ 평화통일연대 동북아평화교육원장, 인천대 명예교수

김홍섭  ihomer@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