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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협치는 외교안보에 필수다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77호

최소표차 당선이 의미하는 국민의 바람

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치열한 선거전을 거친 후 역대 최소의 표차를 기록했다. 변화를 원하는 국민과 안정을 원하는 국민의 비중이 비슷함을 의미한다. 이는 정권이 교체됐다고 모든 것을 다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변화와 지속은 예측가능성을 유지하는 바탕에서 점진적 개선을 통해 가능하다. 잘하는 것은 지속하고 잘못한 것은 수정하라는 것이다. 과거의 사례와 같이 정권이 교체됐으니 모든 것을 다 바꾸어야 한다는 억지는 제발 지양해 달라는 국민들의 간곡한 부탁이다. 그 해답은 통합과 협치다.

과거의 모든 정권은 출발점에서 통합과 협치를 내세웠지만, 결국 분리와 독식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상호 비방으로 점철되면서, 정작 국민들이 원한 정책대결은 실종된 가슴 아픈 선례를 남겼다. 국민들은 준엄한 심판을 했다. 그리고 통합과 협치라는 시대정신의 실행을 전제로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 주었다. 여야 모두 국민들의 선택에 숙연해져야 한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쪽은 깊은 반성과 함께 새로운 정부의 출발에 도움을 줘야 한다. 새로운 정권은 지난 정권의 성과를 무조건 내치지 말고 이를 밑거름으로 삼는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것이 유사 이래 처음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통합과 협치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일 때 국민들은 안심할 수 있다. 대통령은 여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대통령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당선 인사를 하며 ‘헌법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대통령 당선인뿐 아니라 새로운 정부를 책임지는 모든 사람들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국민들과의 약속이다.

 

안보문제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국내는 정권교체의 소용돌이 속에 있지만, 전 세계는 심각한 공동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한 나라의 힘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기후변화 문제, 팬데믹의 광풍이 가시지 않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과 확산, 핵보유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미·중 대결의 심화로 인한 전 세계적 갈등 등 이루 열거하기도 힘든 글로벌 이슈들이 상존한다. 여기에 한·미동맹의 전략적 성찰, 한·일관계의 단절과 함께 한·중관계의 급변 등 주변국들에 대한 한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도 요동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군사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 중심의 외교안보 전략은 대한민국의 국력을 감안할 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사 해결에만 집착한 한·일관계로는, 현재와 미래에 산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는 하지만, 바람직한 양국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 어느 것 하나 여야 한쪽의 인적자원과 지혜만으로 풀어낼 수 없다. 안보의 대상은 국내외 모두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이 전통적 군사안보만을 안보의 범위에 두는 시대는 지나갔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분야가 안보와 연결되어 있어, 허점이 드러나면 바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 당한다. 군사력만 강화한다고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살기 위해 기후변화를 무시한 채 경제발전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곧바로 한국의 주가폭락, 에너지 가격 상승 및 원자재 수급 곤란으로 이어졌다. 미·중 대결이 심화되면서 핵심 부품의 공급 부족에서 해외 수출시장의 축소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이 국민들의 삶에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지속가능하며 안정적인 안보전략이 요구되며, 안정적이면서도 신뢰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요구된다. 평화를 우선하는 대북정책에서 하루아침에 대북압박 일변도로 전환했던 이명박 정부, 갑작스런 사드배치와 중국의 강압적 태도에 직면했던 박근혜 정부, 한·일 간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최악의 한·일관계를 초래한 문재인 정부 등 매 정권교체 시기마다 한국의 외교안보는 널뛰기를 거듭했다. 관련 주변국들은 정권교체 때마다 바뀌는 우리 정책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국민들은 안보 불안에 직면해야 했다.

안보 문제는 외부의 위험에 대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부의 이념적, 정치적 성향의 대결로 흑백을 가리는 문제처럼 인식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기후변화도 여야의 정치, 이념대결과는 무관하게 전 세계가 협력해서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역을 위험에 직면하게 한다. 권위주의 체제 국가들의 무모한 행동은 세력 확장을 위해 국경을 넘어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안보 위협에 대처하는 방법론을 놓고 야기되는 여야의 대립과 갈등은 사치스러운 안보불감증에서 비롯할 뿐이다.

 

통합과 협치는 탕평책으로부터

윤석열 당선인은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을 섬긴다”고 했다. 최고의 전문가는 어느 정권에서 일했는가, 어느 정권을 지지하는가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비록 정치성향을 달리하더라도 적어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외교안보분야에 한정해 보면 과거 진보정부가 들어서면 북한문제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보수정부가 들어서면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루곤 했다.

외교안보문제는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뤄 편향된 시각이 지배해서는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 국제관계를 중심으로 다룰 때 북한문제는 심각해지고,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다룰 때 국제관계는 어려워졌던 경험치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차별화를 접어두고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협치를 해야 할 시대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거두었던 성과들을 재점검하고 안보를 위해 이어갈 사안들은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 필요하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일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두루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조건 압박과 봉쇄를 내세우면 핵위협은 심화될 뿐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 문제 때문에 모호한 입장을 견지할수록 중국의 수직관계 행태는 거세질 뿐이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지 않고 조급하게 미래로 나가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 일변도의 동맹으로 급변하는 것도 국익과 안보에 득이 되지 않는다. 5년에 한 번씩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 또한 타국의 시각에서 볼 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없다. 나라 간에 신뢰를 구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한번 깨진 신뢰를 복구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제 인수위가 2개월 동안 향후 5년의 정책을 집중적으로 구상할 것이다. 전 정권이 했던 일을 급진적으로 뿌리 채 뽑겠다는 과욕은 내려놓고 성과와 실책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함께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당선인의 말대로 점진적인 전환과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기를 바란다.

여기에 더해 외교관계의 절벽을 만들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연하고 다양한 방안의 모색을 제언한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남북한은 만남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시간을 들여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한·중관계를 건강하게 가져가기 위해 실핏줄과 같은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수단이 많아야 해결책과 대응책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 수많은 전문가와 인력, 예산이 필요하다. 한쪽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벅찰 수밖에 없다. 협치는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는 지름길이며, 특히 외교안보 분야는 출발부터 통합과 협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합의를 바탕으로 한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이 가능하다. 외교안보는 한 치의 공백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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