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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이 평화를 위한 시작입니다

남북을 잇는 통신선이 다시 복원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에 대한 북한식의 화답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이었다 하는 북한의 태도를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남한식의 일방적 사고입니다. 북한 당국이 왜 통신선 작동을 거부했는지 전후 사정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북한만 탓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북 간의 대화와 약속의 실천과정은 근원적으로 험하고 어려운 일임을 상호 인정해야 합니다. 남과 북이 분단된 지 어언 76년이 되었습니다. 이념과 체제와 문화가 서로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남북문제는 국내 문제만 아니고 국제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200년 전부터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히는 지정학적 화약고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멀고도 험한 길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먼저 합의해야 할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남과 북, 진보와 보수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까지 모두가 “Yes”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보편적 진실을 찾아야 합니다. 결론이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 한반도종전선언 캠페인 참여 단체들이 광화문 담벼락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문구를 빔으로 새기고 있다. 2021. 4. 26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제공

첫째, 한반도에서는 어떤 명분으로든지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절대 진실입니다. 800만이 살고 있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수천 만의 생명을 앗아갈 터인데 무슨 명분으로 전쟁을 합리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둘째, 5,000년을 함께 살아온 남과 북은 분단국으로 살아갈 수 없는 문화적 운명공동체라는 것이 역사적 진실입니다. 우리는 겨우 70여 년을 분단의 아픔 속에 살았습니다. 분단의 아픔이 컸던 것도, 전쟁이 그친 지 70년이 지나도록 분단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것도 분단 상황에서는 살 수 없는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남과 북은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적, 군사적 강대국입니다. 결코 흡수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엄숙한 현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이미 50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72년 7.4 공동성명 이전 남북의 통일정책은 각각 북진통일, 적화통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전쟁 방식으로는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때 이미 깨달은 것입니다.

이와 같은 대원칙을 먼저 세워 놓고 푯대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정진한다면 반드시 완벽한 평화통일의 날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 이후에도 끊임없이 민족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진지한 대화를 지속해 왔습니다. 때로는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대화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기도 했지만, 그런 관점은 평화공존, 평화통일의 대의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유래한 단견입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2018년 4.27 남북정상 판문점선언 등 다섯 차례의 정상선언은 한결같이 평화적 통일에 합의했습니다. 놀라운 역사의 진보입니다. 평화적 통일의 과정에서 상호 다른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 대화의 출발점이라는 것도 공감했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자세인데, 오늘날 어찌된 일인지 이와 같은 기본적 상식이 외면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에 이어 다시 당사국간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도 아직 끝나지 않은 민족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호소요 절규입니다.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오랜 동맹국들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분단의 고통과 상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종전선언의 의미를 자국 중심의 정치적 이해관계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니 진즉, 마땅히 했어야 할 종전선언, 평화선언이 이처럼 늦어지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물론 합의에 이르는 길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합의가 되더라도 그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금방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는 가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남북의 평화를 견고하게 정착시켜 놓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지금 북한은 매우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남과 북이 마음을 터놓고 상호 협력의 정신으로 민족의 기운을 북돋아 간다면 우리에겐 틀림없이 놀라운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역사의 주인 되신 하나님께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물으실 것입니다. “너희는 평화를 만드는 일에 동참했는가?”

강경민/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강경민  nils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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