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이 와중에 정부가 은근슬쩍 국회 동의 없이 획책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체결’이다. 이것은 4년 전 2012년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해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일이다. 현 정부 들어 이를 다시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됨에 따라 핵과 미사일에 관한 한·미·일 3국 정보공유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이 이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작년 12월 28일 합의로 한·일간 과거사 문제가 모두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일 양국은 지난 11월 14일 군사작전 하듯 협정 체결을 위한 가서명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의 정식 사죄도 없고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형식의 10억 엔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던 굴욕적 합의의 숨은 목적이 한일군사협력에 있음을 이 정부가 인정한 것이 아닌가.

일본은 이미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법제를 완비했다. 이를 통해 대북 선제공격 등 자위대의 한반도 재진출을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 우리가 군사 정보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물을 수 없다. 자위대의 대한반도 활동이 강화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또 일본의 대북 정보력이 한국보다 더 낫다고 보는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우리 군이 보유한 군사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보 주권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연동되어 안보 주권마저 심각하게 위협할 지도 모른다. 협정 체결 자체가 일본의 자위대를 공식 인정하는 일이 된다. 이 협정은 정보교환이 목적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 오간 비밀정보를 보호하겠다는 협정이다. 협정문 어디에도 정보교환을 의무화한 조항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교환된 정보에 대한 보호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협정은 우리의 필요성 때문에 체결하는 게 아니다. 미국이 체결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 구축에 대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은 2009년부터 한미 국방당국 사이에서 논의됐다. 미국의 입김이 그대로 담긴 증거는 당시 6월 13일부터 이틀에 걸쳐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때 채택되었던 공동성명은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 ‘한·미·일 3자 협력 범위 확대,’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의 강화’를 담고 있다. 이 회의 직후부터 우리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서둘러 왔다. 이 협정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 기밀보호가 그 취지이고.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 우리와 주변국 관계는 어떻게 될까?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더 심화될 것이 뻔하다.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려면 북한을 빌미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이 협정에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이 협정을 미국 행정부의 극동 전략의 일환으로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절차상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당국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집단이 되었다. 이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또다시 농락하겠다는 것과 같다. 따라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굴욕합의도 모자라 왜 이런 짓을 하려고 하는가? 협정 체결은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역사 왜곡 문제를 용인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부가 주체성을 확립하길 촉구한다. 면밀하게 국익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강행한다면, 우리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지엄한 것인지를 맛보게 될 것이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 독일 브레멘 대학교 경제학 박사

김영윤  kimyy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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