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인천 포스코글로벌R&D센터에서 유리창 청소작업 도중 2층에서 지하1층으로 추락해 숨진 탈북민 김모(48) 씨의 장례식(1신 “탈북민 김모 씨의 장례식을 못치르고 있는 이유”)이 7일째인 19일 현재까지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유족 측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탈북민 김모 씨가 추락사한 지 7일째인 19일 연수장례식장 빈소는 지인들과 지역인사들이 간간히 조문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사망사고 5일째인 지난 17일 유족측은 장례식장을 찾은 송도SE 대표를 통해 유가족의 요구사항을 담은 <유가족 요구사항> 문서를 포스코에 전달했다. <유가족 요구사항>에는 “유족은 사측이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였으나 사측이 (주)송도에스이 상무이사 및 일부 관리자는 반성하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할 대신 오히려 유족에게 망언을 하고 사고책임을 고인에게 전가시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유족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고인의 한을 풀어드리기 전에는 보내드릴 수 없어 장례를 연기하게 되었고 사측에 포스코 그룹 담당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재차 요구하였으나 현재까지도 사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족 측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송도에스이 내 인권침해 문제들에 대한 실태 조사 및 방지대책 △특수한 근로자 고용형태에 부합하는 적절한 인사검증시스템 구축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 및 지역사회의 경영참여 허용 △유족에 대한 적법한 보상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유족 측의 요구사항에 대해 송도에스이 쪽은 18일 오후까지 회사 쪽 입장문을 유족 측에 전달하기로 했지만, 다음날인 19일 오전으로 답변 전달을 연기했고, 19일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송도에스이 대표가 직접 포스코 측의 답변을 들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하지만 포스코 측의 답변에 대해 유족 측 대표 황모 씨는 “유족 측 요구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은 하나도 없고 알맹이가 빠진 두루뭉술한 형식적인 사과문 달랑 한 장만 가지고 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 측과 송도에스이 측은 애초 양측 입장이 어느 정도 조율되면 양측이 협상단을 꾸려 장례 절차 등에 대해 본격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포스코 환경사회공헌실장’ 이름으로 된 답변은 “포스코글로벌R&D센터에서 안전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송도SE 고 김OO 님과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안타까움과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장례 기간 정성을 다해 고인께서 편안하게 떠나실 수 있도록, 또 유족분들께서 불편함이 없으시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행한 사고가 다시는 송도SE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기준을 엄격하게 재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철저한 재발방지 노력을 기울이는 데 협력하고 지원토록 하겠다”며 “송도SE가 북한이탈주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이라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설립취지에 부합하게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송도SE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과 숙고하여 함께 노력토록 하겠다”고 했다.

▲ 포스코 환경사회공헌실장 명의로 19일 유족측에 전달된 <유가족 요구사항>에 대한 포스코의 답변. ⓒ유코리아뉴스

유족 측 요구사항인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 임원 등에 대한 적절한 인사검증시스템, 지역사회 경영참여 허용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포스코의 답변에 대해 유족 측의 한 인사는 “포스코는 스스로 책임이 없다고 하지만 알맹이 없는 사과문조차 송도에스이 쪽에서 문안을 작성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포스코 측의 최종 확인을 거쳐야 비로소 답변이 나오고 있다”면서 “포스코가 왜 이렇게 무책임하고 송도SE가 왜 그렇게 무기력한지 포스코의 답변 연기를 보면서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20일 다시 만나 입장 조율과 그에 따른 장례절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